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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모아 남주자!/사람을 살리는 신의 선물

연애나 검시에도 쓰인 조협(12.07.20 방송분).

by 김길우(혁) 2020. 7. 20.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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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20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편안하십니까? 중원대학교 한방산업학부 교수 김길우입니다.

오늘은 고려 고종 때 한림학사(翰林學士)들이 합작한 경기체가(景幾體歌)의 시초 작품인 한림별곡 8장을 소개하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조협나무에 그네는 매긴하겠는데...영~ 그죠?


당당당 당츄자 조협남긔

홍실로 홍글위 매요이다

혀고시라 밀오시라 뎡소년하

위 내 가는 데 남 갈셰라

엽 샥옥셤셤 솽슈길헤

엽 샥옥셤셤 솽슈길헤

위 휴슈동유경 긔 어떠하니잇고

 

옛 말 그대로 소개해드렸는데 어떠셨는지요?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자습서(천재교육)의 해석에 의하면,

 

호두나무 조협나무에,

붉은 실로 붉은 그네를 맵니다

당기시라 미시라 정소년이여.

! 내가 가는 곳에 남이 갈까 두렵다.

옥을 깎은 것처럼 고운 두 손길에,

옥을 깎은 것처럼 고운 두 손길에,

!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노니는 풍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좀 느껴지십니까? 젊은 청춘의 은근한 춘정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까? 오늘은 붉은 실로 붉은 그네를 매었던 그 조협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조협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조각자나무 열매를 조협(皂莢)이라고 하는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짜며 약간의 독()이 있다. 관절에 기운을 잘 통하게 하고 오래된 두통인 두풍(頭風)을 제거하며, 우리 몸의 모든 구멍인 구규(九竅)를 이롭게 하고 노폐물인 담연(痰涎)을 삭여주며, 기침을 그치게 하고 배가 터질 듯이 부른 창만(脹滿)을 치료하며, 뱃속에 단단한 징가(癓瘕)를 깨버리고 낙태시킬 수도 있다. 중풍으로 쓰러져 입을 악다무는 것을 치료하고 폐결핵을 일으킨 다는 노채충을 살충한다라고, 조협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기체가의 시초, 한림별곡


계속해서 보감에서는,‘조협은 곳곳에 있는데, 나무는 키가 크고 가지 사이에는 큰 가시가 있으며, 음력 9월과 10월에 꼬투리를 따서 그늘에 말린다. 길다는 장조협(長皂莢)과 삐져나온 돼지엄니 같다는 저아조협(豬牙皂莢)2가지가 있는데, 지금 의사들은 풍기(風氣)를 흩는 알약인 환()이나 가루약인 산()을 만들 때는 대부분 장조협을 쓰고, 치아나 덩어리가 생기는 병인 적취(積聚)를 치료하는 약에는 흔히 저아조협을 쓴다. 성미(性味)는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고, 좀먹지 않고 통통한 것이 좋으며, 달여서 목욕물로 쓰면 때를 잘 없애는데 묘()하다. 궐음경(厥陰經)으로 들어가는 약으로서 겉껍질과 씨를 버리고 연유나 꿀을 발라 구워서 사용한다. 쇠모루에 금이나 은을 놓고 두드리면 비록 백 년 천 년이 지나도 부서지지 않지만, 조협을 두고 두드리면 바로 부서져 버린다는 말도 있다. 조각(皂角)이라고도 한다라며, 조협의 종류와 사용하는 방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뾰족뾰족 주엽나무


특히 동의보감의 곽란병 단방약부분에서는,‘조각(皂角)이 건곽란(乾藿亂)에는 소금물 1사발에다가 조각 가루 조금을 타서 마신 후에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자극해 토하게 하면 효과를 본다라고, 조각이 건곽란에 효과적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워낙 장신이라... 조협나무 전신사진입니다


서기 1748년 영조 24, 왕의 특명으로 구택규(具宅奎)가 내용을 증보하고, 애매한 용어를 바로잡은 뒤 해석을 붙여 새로 편찬한 조선 후기 법의학서인증수무원록에는 조협을 이용하여 독살을 구별하는 방법이 기록되어있습니다.‘독을 먹고 죽은 시체를 검험할 때는 은비녀()를 사용하는데, 조협(皂莢)나무를 끓여서 우려낸 조각수(皂角水 :)로 씻은 후, 죽은 사람의 입안과 목구멍에 집어넣고 종이로 밀봉하였다가 얼마 지나 빼내보아 은비녀가 청흑색(靑黑色)이 되었으면 다시 조각수로 씻어내 색깔이 지워지지 않으면 독살된 것이요, 만약 독기(毒氣)가 없다면 그 색깔[은비녀의 색이다]이 선명하게 흰색으로 된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참 쓰임이 많은 조협입니다.

명탐정, 은비녀!


다음시간에는 천남성이라는 약재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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