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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서 남주자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07.09.09)

by 김길우(혁) 2020. 9. 9.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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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P.77

우리가 익히 아는 풍속화조차 자세히 설명을 드리니까 아! 실제로는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 신경을 썼던 것은 다만 세가지 기본 상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어져서 본 것 둘째,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본 것 그리고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본 것뿐입니다. 무슨 특별한 학식이나 교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요. 이렇듯 예술이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P.83

그래도 그림은 마음을 그린 것이니, 그 마음을 찾아내야 합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잘 보려면 거기 깔려 있는 도교 사상과 조상들의 토착신앙을 알아야 하고, 고신라 이래 천 년 불교 왕국 동안 만들어진 불교 문화재의 감상은 당시 사람들의 불교적 심성을 이해해야 가능하고, 또 조선시대 그림은 성리학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사서삼경 정도는 대충 이해하는 교양이 있어야 그림의 진정한 뜻이 보입니다. 큰 절에 가서 불화를 보세요. 정교한 선과 눈부신 채색으로 그려 낸 갖가지 형상이 거대한 화폭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습니다. 동양화는 여백이 특징이라던데, 탱화는 왜 이렇게 화면을 가득 채워 그렸을까요? 불교적인 세계관에 의하면 온 세계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붓다의 깨달음, 그 진리로 우주가 화려하고 장엄한 세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P. 130

그림을 감상하는 기준으로 벌써 1500년 전부터 전해 오는 여섯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기운생동입니다. 그림의 '기가 잘 조화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P.175

여러분, 우리 옛 그림에는 왜 추상화라는 것이 없을까요? 추상화가 정말 없습니까? 기가 막힌 추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예입니다. 천변만화하는 선의 움직임을 따라 글 쓰는 사람의 순간순간의 감정이 배어 있고, 또 인격의 기운을 드러내는 서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서예의 움직임을 그대로 응용한 이러한 그림 속의 경이로운 필선들이 있습니다.

 

P.216

옛날 분들은 초상이라고, 닮을 초자를 쓰지 않고 '사진'이라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애비를 '닮지 못한' 불효자라는 뜻으로 '불초 자식'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반면 '참 된 것을 그린다'고 할 때, 참의 어원은 '차다'라는 동사에서 온 겁니다. 즉 내면에서부터 차 오른 것, 즉 안에 있는 내면적인 것을 그린다는 뜻입니다. 그게 뭐냐 하면 옛날 선비들 같은 경우는 학문과 수양, 그리고 벼슬아치가 된 다음에 백성들한테 훌륭한 정치를 펼쳤던 경륜, 이 세 가지를 보여 주려고 초상화를 그린다는 거지요.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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