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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해주세요♥/외국인 이주 노동자 무료 진료

이번 주 외국인 이주 노동자 무료진료에서 91차 9058분을 진료했습니다(10.12.05).

by 김길우(혁) 2020. 12. 5.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 의국 김지영(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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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 이정순 할머니께서 오시지 않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오셔서 침치료와 한약을 받아가시는데 갑자기 안 오시니 보고싶네요.

할머니는 연변 부근에 사시다 오셨는데, 체류 기간이 다 되어 원래 올해 중국으로 다시 돌어가야할 처지였습니다. 중국으로 가면 성한 몸이 아닌데 혼자 계셔야 한다고, 혹시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할 소견서를 써줄 수 있겠느냐고 어렵게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뭐 잘 써드릴 순 없고, 허리쪽이 안 좋으시니까 X-ray를 찍어봐서 객관적인 소견을 적어드릴 수는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X-ray상 여러군데 디스크가 추정되어 있어서 소견서를 써 드렸는데 체류 기간이 연장되었다고 너무 고마워 하십니다. 

의사들은 인격적이어야 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그저 우리사회에서 단순 암기력이 좋아 성적이 상위권이고, 안정적인 직업을 원해서 의사가 된 경우가 많죠. 


물론 이 병원을 마치고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이 길이 적성에 맞던 아니던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지식과, 치료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인격까지 하루 아침에 성장하는 건 아니죠... 사람은 금방 무디어 집니다. 아픈 분들을 많이 보면 자신의 삶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환자분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어느새 무덤덤해지고, 만가지 은혜를 받았어도 작은 고민하나 때문에 금새 우울해집니다. 저는 속상한 일이나 고민거리를 이정순 할머니에게 많이 털어놓습니다. 저의 친할머니는 너무 연로하셔서 사람을 잘 못 알아보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정순 할머니에게 손녀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럼 할머니는 반달눈이 되어 웃으시면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고 합니다. 뭐 특별히 잘해드리는것도 없는데, 오실 때마다 너무 미안해 하시며 고마워 하십니다.

저번에는 흰 봉투를 몰래 쥐어 주시는데 꼬깃꼬깃 십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저희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자 ‘그럼 화장품이나 하나 드릴까요?’ 하시길래 마음에 원이라도 없으셔야 할 것 같고,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세요. 그럼 고맙게 받을께요.’ 했습니다. 

그랬더니 무려 화장품 5종 세트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지금 자랑질 중입니다. 제가 받은 바를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네요... 평소 스킨, 에센스 화장품 2종 세트인 저는 이분 덕에 아이크림과 영양크림까지 잔뜩 바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김태희로의 변신만 남았네요... 얼굴 안 보인다고 망언도 막하는군요... 그런데 그 후로 2주 동안 안오시니 그립네요. 

내 피부를 위한 작은 호사... 럭셔리 화장품 5종 세트

이것만 있으면 나도 김태희..그녀의 생얼을 믿지마세요,,
자매품 BB크림

신경정신과 수련의의 고민상담을 들어주시는 이분... 지위를 떠나서 참 존경스럽고 닮고 싶은 분... 당신은 천사에게 침을 놓아 본 적이 있나요? 어쩌면 이분은 서로를 인격으로 대하지 못해 한없이 외로운 시대에 저를 위로하러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연기속으로 서서히 사라지신 건 아닐까요..

제인한방병원 의국 김지영(☎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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