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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서 남주자!

<한의신문>‘between ourselves’한 진료실 이야기!(11.11.28 기사)

by 김길우(혁) 2020. 11. 28.

제인병원 병원 소아과 윤지연(02, 3408~2129)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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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연 한방소아과장의
<한의신문>컬럼
2011년 11월 28일 (월), "의학신문 컬럼" 개원가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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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우리 한방소아과 윤지연 과장님이 한의신문에 다시 한번 개원가 일기를 쓰셨습니다~! 열정과 사랑으로 환자를 대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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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시절 영어시간에 우리끼리 얘기인데’라는 뜻의 "between ourselves" 라는 숙어를 배운적이 있었다. 한창 우리들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나와 친구들은 이 말에 매료되어 한동안 쪽지나 편지를 쓸 때 항상 ‘between ourselves’로 시작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너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우리끼리 공유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나는 너는 믿어’라는 얘기를 듣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이 든든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 진료실에서도 'between ourselves’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 간다.

감기에 자주 걸려서 진료를 받는 아이들 중에는 엄마,아빠가 호흡기가 안 좋은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얘기를 들어보면 엄마는 아빠 때문이라고 하시고, 아빠는 엄마 때문이라고 하신다. 어느 날 감기에 걸린 아이를 진료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는 첫돌이 지나고 바로 놀이방에 다닌 후로 감기를 달고 사는 편이었다. 워낙 병원에 자주 다녀서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와도 많이 친해진 상태였는데 아이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아빠가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셨다.

"선생님, 저기... 제가 어렸을 때 기침을 자주 했는데, 그것도 유전이 되나요?”

이 말을 들은 엄마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하셨다.
“자기, 나한테 그런 얘기 안했잖아!”
그러자 아빠께서 말씀하시길,
“그냥 지금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 거지. 선생님, 그리고 제가 어려서 피부가 잘 붉어지고 가려워서 많이 긁었는데 그것도 아이한테 영향이 있나요?”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가 눈이 동그래지시더니,

“자기야. 나한테는 이런 얘기 하나도 안 하더니 오늘 선생님한테 다하네. 이러다 선생님한테 결혼 전에 사귄 여자이야기까지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갑자기 분위기가 심각해질 것 같아서 바로 다음 얘기를 막고 내가 이렇게 얘기를 했다.
"잠깐! 아버님~저는 여자 얘기는 안 받습니다! 그건 무조건 엄마편이라서...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얘기를 하는 바람에 셋이 한바탕 웃으며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지만 나는 살짝 진땀이 나기는 했다. 상황을 모르는 두 살짜리 아들도 함께 하하하!!!

어느 날은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와 진료실에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문을 살짝 닫더니 귓속말로 나에게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있잖아요...엄마한테는 비밀인데요...저 학교에서 넘버 3예요.”
“어...! 정말?”
“학교는 재미없고, 집에 가면 엄마가 계속 잔소리해서 진짜 싫고, 그냥 이런 애들하고 노는 게 좋아요. 그런데 넘버 2가 약해서 제가 금방 넘버 2가 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마친 아이의 얼굴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자랑스러움과 거만함이 약간 감돌고 있었다. 나는 사실 “안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꾹 누르고 아이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아이가 얘기를 할 때 훈계모드로 바로 진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아이는 친구들과 공유하는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어른에게 얘기해 주는 아주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해주고 더 친해진 다음 상황에 맞춰서 얘기를 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 후로 병원에 올 때마다 엄마없이 우리끼리 진료실에서 얘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나는 잔소리나 훈계를 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서 거의 병원에 오지 못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병원에 온 아이가 나에게 조용히 한마디 했다.
 
“선생님, 저 넘버 1이예요."
“진짜?”

조금 전에도 자기의 볼록한 뱃살을 선생님한테만 보여주겠다는 형과 선생님이 볼 때 형의 배를 같이 봐야한다며 떼를 쓰는 동생 때문에 한바탕 웃으면서 진료를 끝냈다.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남자친구 이름을 수줍게 귓속말로 얘기해주는 아이, 자기의 보물상자를 들고 와서 그동안 모아온 사탕이랑 스티커를 몰래 보여주는 아이, 코 안에 있는 콧물을 자기 동생이 보기 전에 몰래 빼달라는 아이까지… 오늘도 이렇게 난 "between ourselves’한 진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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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적 친구들과 비밀리에 나누었던 얘기들이 새록 새록 생각 나네요. 아이들이 속삭이는 한마디 한마디를 귀 기울여 경청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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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제인한방병원 일반수련의(02,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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