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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해서 남주자!/MBC(라디오 동의보감)

인간처럼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목의 미국자리공(12.02.18 방송분).

by 김길우(혁) 2020. 2. 18.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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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8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편안하십니까? 중원대학교 한방산업학부 교수 김길우입니다.

안뇽하세요~, 저는 미쿡자리공이에요...

혹시 미국자리공이라는 식물을 아십니까? 50년대 미국 구호물자에 묻어서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미국자리공은 시골에선 장독대나 화단에 조경용으로 심어 놓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포도송이처럼 검붉게 익은 열매를 따서 물감처럼 갖고 놀기도 했는데, 미국자리공에게 시련이 닥친 건 1993년이었습니다. 철 지난 신문기사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1993년 4월 서울시립대 한교수(이경재 교수)의 발표는 이후 수개월간 벌어진 미국자리공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정상인 생태계에서는 우리나라 자생식물과의 경쟁에서 뒤져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던 미국자리공이 울산과 여천공단 주변 숲에서 급속히 번져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극심한 오염지역에서 미국자리공이 보여주는 강인한 생명력에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자리공은 금세‘독초의 대명사’가 됐다. 독소를 내뿜고 독성을 지닌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서 주변 토양을 산성화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자리공이 5∼6년 생육하다가 자체 독성으로 소멸되면 참억새가 나타나고 이어 어떤 식물도 자랄 수 없는 황무지로 변모한다는 것이었다. 90년대 후반 전국적인 황소개구리 잡기 운동 못지않은 대대적인 미국자리공 퇴치운동이 전국에서 벌어진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라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식물인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자리공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 이 땅에 시집온지 50년 넘었어요... 인제 기냥 지라공!

동의보감에서는,‘자리공의 뿌리를 상륙(商陸)이라고 하는데, 성질은 평(平)하나 차다고도 하며, 맛은 맵고 시며 독이 많다. 거의 모든 수병(水病)에서 물을 빼내고, 목구멍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병인 후비(喉痺)로 목이 막힌 것을 치료한다. 위험한 독소인 고독(蠱毒)을 내리고 낙태도 시키며, 심한 종기인 옹종(癰腫)을 없애고 귀신에 홀린 병을 물리치며, 독한 종기인 악창(惡瘡)을 치료하고, 대소장(大小腸)을 잘 통하게 한다’라고, 상륙의 효능을 설명하면서 약효가 강하고 신속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효보단 순해보이죠? 저는 국산 자리공입니다.

계속해서 보감에서는,‘상륙은 곳곳에 있는데, 붉은 것과 흰 것 2가지가 있다. 흰 것은 약에 넣어 쓰고, 붉은 것은 독(毒)이 심해서 귀신이 보이기 때문에 부은 곳에 외용(外用)으로 붙이기만 한다. 만약에 붉은 것을 복용하면 사람이 상(傷)해서 피고름이 섞인 변을 보는 혈리(血痢)가 그치지 않다가 결국 죽게 된다. 다른 이름으로 장류근(章柳根) 또는 장륙(章陸)이라고도 한다. 자리공의 꽃이 붉은 것은 뿌리도 붉고, 꽃이 흰 것은 뿌리도 흰데, 음력(陰曆)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린다. 특히 사람 모양을 한 것이 신묘하다. 상륙은 구리칼로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썰어서 물에 3일 동안 담갔다가 꺼내어 녹두와 함께 한나절을 찐 후, 녹두를 제거하고 볕에 말리거나 불에 쬐어 말린다’라며, 상륙에는 맹독(猛毒)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투약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습니다.

난 중국자리공이다~ 해... 우린 흰거 붉은거 다 있따 해~

특히 동의보감 적취병의 단방약 부분에서는,‘상륙은 여성들에게 생기는 징가(癥瘕)로 갑자기 뱃속에 돌 같은 것이 생겨 아프고 쑤실 때에 주로 쓰는데, 만약 이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00일안에 죽게 된다. 이럴 때는 많은 양의 상륙근을 짓찧어서 푹 찌고, 배 위에 베를 깔아놓은 뒤, 상륙근을 올려놓고 찜질하는데, 식을 때 다시 바꾸어 주면, 징가가 저절로 사라진다’라고 설명하면서 적취병에 대한 상륙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약재 이름으로는 상륙. 위험한 약입니다.

다시 미국자리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전문가 의견은 미국자리공의 유해성이 이제 생태계 파괴와 무관하다는 쪽으로 모아진 상태랍니다. 미국자리공이 토양을 산성화시킨다기보다‘산성 토양에서 잘 자랄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인데, 어느 식물이든지 다른 경쟁 식물의 성장을 늦추도록 하기 위해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미국자리공은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정해 발표하는‘생태계 교란 외래식물’목록에는 오늘까지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불과 십수년 전 외래라면 펄펄 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식물도 별로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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