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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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24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행복한 추석되셨습니까? 중원대학교 국제 생명공학 연구소장 김길우입니다.
길고 지루한 고향 가는 길도 한국인의 귀성유전자를 막을 수 없습니다. 동네 어귀쯤 들어오면 어느새 어렸을 적 추억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하고, 어머니는 고향집 문 앞에서 목을 길게 빼시고 자손들의 귀향을 기다리고 게십니다.
반가운 인사가 끝나면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물론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고스톱이지요. 우연히, 지나간 신문기사를 읽다가 ‘조사인원의 24.8%는 명절놀이로 고스톱을 들었다.’ 라는 말을 보았습니다. 식구 간에 놀음으로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놀이를 곁들이다 보니, 더 재미있게 느껴져 ‘명절’하면 ‘고스톱’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고스톱을 치면서 무슨 이야기를 주로 하십니까? 사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며, 친인척들의 밀린 소식은 물론이고, 부모님의 자식 걱정이 주가 되지 않습니까? 그중에서도 자식의 얼굴이 좀 안됐다 싶으시면 “무슨 일이 있느냐?” 고 부모님께서는 가슴이 철렁합니다. 만약 이번 추석에 자손의 얼굴이 좀 안 돼 보였다면 더욱 잘 들어보십시오.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얼굴이 안 돼 보이는 병을 삭택증(索澤證)이라고 합니다. ‘피부가 삭택하다는 것은 중경이라는 명의가 말한 피부갑착(皮膚甲錯)이다. 피부가 거칠고 매끄럽지 못하며, 윤기가 없는 것을 말한다.’ 라고 동의보감은 설명하고,
‘삭택증은, 폐(肺)가 기(氣)를 잘 돌아가게 해서 피모(皮毛)를 덥게 하는데, 기가 잘 돌지 못하면 피모가 마르고 진액이 사라진다. 진액이 사라지면 피부와 관절이 상(傷)하고, 진액이 다 없어진 뒤에는 손발톱이 마르며 털이 바스라지면서 죽게 된다. 오로(五勞)로 매우 허(虛)하면 몹시 여위고, 속에 피가 마르면 피부갑착이 된다.’ 고 그 기전을 자세히 밝혀놓았습니다.
이 병은 우리가 흔히 보는 ‘얼굴이 안 돼 보이는 정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병(重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얼굴이나 피부에 드러나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굴에 살이 좀 줄고 거칠어 보여도, 피부에 윤기가 있고 목소리에 힘이 있으면, 사업도 잘 되고 건강도 잘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그간 고생 많이 하셨다고, 용돈을 또 놓고 갈 좋은 징조일 수도 있으니,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감에서는 ‘삭택증은 허손(虛損) 중에서 폐를 상하여 피부가 주름지고 털이 빠지는 것이다. 이런 데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을 쓰고, 심폐(心肺)가 모두 허하면 팔물탕(八物湯)을 쓴다.’ 고 치료법을 설명했습니다.
즉, 보약을 쓰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보약이 아무리 좋다고 부모님의 사랑만 하겠습니까? 이번 추석에 부모께서 주신 사랑만으로도, 앞으로 일 년은 또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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