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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서 남주자!/행복합니다

아! 어머니 아버지....(10.01.31)

by 김길우(혁) 2021. 1. 31.

글쓴이: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3408-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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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매거진 <행복합니다~> 72월호 이야기입니다 ^^


아! 어머니 아버지...,

 

(울엄마 울아빠 젊어서...)

떠들썩하다. 어린 아들 손자는 세뱃돈을 계산하고, 짝을 못 찾은 삼촌 고모는 처지를 모면할 핑계를 마련하며, 어여쁜 새 각시는 친정에서 배운 음식 조리법을 머릿속에 그리고, 속없는 맏이는 벌써 판 벌릴 생각에 머릿속엔 온 통 동생들 생각이다. 아버지는 벌써 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군불을 지피시며 연신 대문을 넘어 동구 밖까지 살피시고, 맏며느리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시는 어머니는 이제 슬슬 조바심이 나서 목소리가 커지며 자주 손전화를 확인하고, TV는 뜨끈한 방안에서 어색하게 설 특집 웃음소리로 오버하고 있다.

지난 추석 이후로 뵌 어머니 아버지 얼굴이 어쩐지 서럽지만 정겹다. 굵은 주름과 손마디, 거칠어진 피부와 야윈 턱선, 앉고 설 때마다 새어나오는 “아구구구...” 맑지 않은 눈빛과 굽은 허리... 부모님께서 현재 65세시라면 아버지가 16.3년을 어머니가 20.5년을 더 사실 수 있을텐데 이런 건강상태로 편한 여생을 보내실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휴~. 오천년 역사의 한민족이 지난 한 세대 전보다 20~30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분명 축복인데, 어떻게 하면 우리 부모님께서 이런 커다란 축복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을까?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해보자.

한의사들은 이런 경우 단녹용탕 육미지황원 무비산약원 이라는 약을 쓰는데 모두 선천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약이며, 보중익기탕이나 삼출건비탕 등은 보비하는 약으로 후천의 본인 비위를 건강하게 하여 소화력과 기운을 늘려주려는 처방이고, 경옥고 반룡환 현토단 십전대보탕 같은 처방은 기혈을 보해서 생기있는 삶을 도와주려고 사용하는 처방이다. 필자가 어쩔 수 없이 오래간만에 비싼 보약을을 소개했다. 참 미안하다. 값싸고 효과가 좋아서 부모님께 쉽게 효도할 수 있는 약을 알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늘 그렇지만 돈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선천적인 부분은 무리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게 도와드리면 되고, 비위를 보하는 약은 정성스런 음식을 즐겁게 드시게 준비하면 보약보다 훨씬 나으며, 기혈을 보하는 장수약은 자손들의 훌륭한 성장과 매일 매일 한 통의 통화가 그 어떤 약보다 좋다. 인생은 삼력(三力)으로 산다고 한다. 태어나 유년기엔 체력으로 사는데, 이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기초적인 힘이고, 중년은 정력으로 사는데 좋은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샘솟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노년을 사는 힘은 기력인데, 자손들과 주변에서 정성껏 봉양하고 사랑으로 부양하면 생기는 힘이다. “김 영감, 이게 우리 막내가 보내준 효도폰인데 말여, 싫다는데도 억지로 주고 갔어. 귀찮다고, 바쁜데 그러지 말라고 해도 이놈으로 매일매일 전화를 한단말여...”하는 부모님의 서툰 자랑이 그 어떤 한의사가 처방한 값비싼 보약보다 효과적이다.

늘 고향에서 돌아올 때면 바리바리 싸 주신 자잘한 보퉁이와 훈훈한 추억이 가슴에 가득하다. 그러나 이번 명절에는 겨울 내내 준비하신 보따리만 챙겨오면서 마음 한구석에 삼일 후면 잃어버릴 섯부른 결심만 하지 말고, 매일매일 한 통화씩 안부 묻기, 정성스런 음식과 즐거운 대화로 한 끼 대접하기,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는 낮 간질러운 고백하기를 하면 어떨까?  전화를 꺼내든다.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한다. 끊임없는 신호음....뜨르륵 뜨르륵~ 아 참 벌써 돌아가셨지.... 후회가 몰려온다. 입이, 손이 많이 부끄럽다. “부모님 사랑해요. 많이 늦었지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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