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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모아 남주자!/사람을 살리는 신의 선물

선조를 살린 죽력(竹瀝)(11.08.06 방송분).

by 김길우(혁) 2020. 8. 6.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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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6.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편안하십니까? 중원대학교 한방산업학부 교수 김길우입니다.

선조 40년 서기 1607년인 정미(丁未)년 음력 10월 9일 무진(戊辰)일은 선조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습니다. 왕조실록의 ‘임금이 새벽에 기가 막히면서 넘어져, 왕세자 등이 입시하다’라는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해 돋을 무렵 왕세자가 문안하려고 동궁에서 나오는데, 내인(內人)이 임금의 환후가 위급하다고 전언하였다. 미명(未明)에 임금이 기침하여 방밖으로 나가다가 기급(氣急)하여 넘어졌다고 하였다. 왕세자가 수레에서 내려 급히 달려가 입시하였다. 약방 도제조 유영경(柳永慶), 제조 최천건(崔天健), 부제조 권희(權僖), 기사관(記事官) 목취선(睦取善)·이선행(李善行)·박해(朴海), 어의(御醫) 허준(許浚)·조흥남(趙興男)·이명원(李命源)이 입시하고 말을 전하는 내관과 약을 가진 의관들이 침실 밖 대청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 이때 연흥 부원군(延興府院君) 김제남(金悌男)도 스스로 입시했다. 임금이 일어나지 못하고 의식이 들지 않으니, 청심원(淸心元), 소합원(蘇合元), 강즙(薑汁), 죽력(竹瀝), 계자황(鷄子黃), 구미청심원(九味淸心元), 조협말(皂莢末), 진미음(陳米飮) 등 약을 번갈아 올렸다. 임금이 기후가 조금 안정된 후에,“이 어찌된 일인가, 어찌된 일인가.”하고 급히 소리 지르니, 왕세자가 손을 저어 좌우를 나가게 하였다. 약방 도제조 이하가 합문 안으로 물러나 대령하였다.’라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그 치료내용을 자세히 적고 있습니다. 정말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정교한 역사기록입니다. 오늘은 선조를 살렸던 죽력에 관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진왜란을 겪은 왕. 선조.

동의보감에서는,‘죽력(竹瀝)은 갑작스런 중풍과 가슴에 대열(大熱)이 있을 때, 답답하고 안절부절 하는 번민(煩悶)을 멎게 하며, 갑자기 중풍을 맞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말을 못하는 병과 담열(痰熱)로 정신이 혼미(昏迷)한 것, 당뇨와 비슷한 소갈(消渴)을 치료한다. 파상풍(破傷風), 산후의 발열, 소아가 놀라서 발작하는 경간(驚癎) 등, 모든 위급한 병의 구급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검은 오죽(烏竹)으로 만든 고죽력(苦竹瀝)은 입안이 헌 것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하며, 모든 감각기관인 구규(九竅)를 잘 통하게 한다. 그러나 죽력은 생강즙이 없으면 경락을 운행할 수가 없는데, 죽력 6푼에 생강즙 1푼을 섞어 쓴다.’고, 죽력의 효능과 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죽력입니다.

또 보감에서는,‘졸중풍으로 입을 열지 못하여 말을 하지 못하고, 번민이 있을 때는 죽력 1되를 마시면 되는데, 계속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파상풍으로 죽을 것 같을 때도 2~3되를 먹이면 살아난다. 풍비(風痱)로 제정신이 아닌 것을 치료하기도 하는데 죽력 2되 생칡즙 1되 생강즙 5홉을 섞어 마시면 좋다. 이것을 죽력탕이라고 한다.’며, 중풍에 대한 효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죽력은 저희 대나무에서 뽑는 것. 아시죠?

계속해서 동의보감에서는 죽력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푸르고 큰 대나무를 2자 정도 되게 자르고 두 쪽으로 갈라 우물물에 하룻밤 담근다. 벽돌 2덩어리를 나란히 놓고 대나무 조각을 벽돌에 걸쳐 놓되 양끝이 벽돌에서 1~2촌 나가게 한다. 그 밑에 센 불을 지피고 대나무의 양 끝에 그릇을 받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받는다. 이렇게 죽력을 모아 솜에 걸러 찌꺼기를 제거한 후 사기병에 저장한다. 여름철에는 얼음물에 담가서 차게 하여 죽력이 시는 것을 막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곳에 두어 얼지 않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구한 운명이 담긴 선조실록.

이후 선조실록의 기록은 7가지가 모두 선조의 기절과 그 치료, 정치적 조치사항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선조 41년 서기 1608년 음력 2월 1일 무오(戊午)일에 두 번의 왜란으로 온 나라를 피폐하게 했던 그 임금은 일생을 마쳤습니다. 이때에도 죽력 등으로 치료했으나 사람의 수명은 사람이 늘리는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다음시간에는 소화기인 비장(脾臟)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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