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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끝난 후 파키스탄에서 오신 환자 분이 감사하다며 머뭇머뭇 장미 한송이와 초코머핀을 건냅니다. 저는 이분이 처음 오셨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겨울에 차가운 물 속에 담긴 닭깃털을 뽑느라 손가락이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그 때 뜸연기에 눈물콧물 흘려가며 손가락에 미니뜸을 해드렸었는데..
오늘은 닭깃털을 뽑던 그손으로 장미꽃을 들고 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노동력으로 여겨지는 이 분이파키스탄에서는 꽃을 선물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슴을 가진 그 누구의 가족이겠지요.
저는 꽃 사이에 만원짜리가 안끼워져 있어도 꽃선물이 참 좋습니다.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못하니까요. 햇빛과 바람, 공기, 대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이 모든 것들이 정성을 기울여 완성한 아름다움을 고맙게도 지폐로 교환하여 잠시나마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에요.
고등학교 시절 신라향가인 ‘헌화가’를 배울 때의 일입니다. 백지처럼 순수한 여고생들인 저희는(누가;;) 견우노인이 미친게 아닌가,, 참 주책이시다,, 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문학선생님께서,
‘너희는 어디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서 꽃을 꺾어주면 좋겠지.. 하지만 노인이 목숨을 걸고 꺾어준 꽃이 더 의미가 있는거야.. 언젠가는 노인의 꽃이 더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나이가 올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젠 그때 선생님의 말씀을 조금 이해할 나이가 된 것일까요.. 환자 분이 주신 장미 한송이가 저를 참 행복한 의사로 만들고, 이렇게 기쁘게 하는 것을 보면요..
(글: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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