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나보타스시 의료봉사에 다녀와서...> 이번 설 연휴에 필리핀 나보타스시 해외의료봉사에 다녀왔다. 이번 의료봉사는 ‘한국여의료인회’에서 처음으로 주최하는 것으로 대한여한의사회,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가 함께하는 의미있는 해외의료봉사여서 해외의료봉사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로서 또한 여한의사회 임원으로서 류은경 회장님과 소경순 부회장님, 정연희 부회장님과 함께 다녀왔다. 연휴가 시작되는 2월 2일 새벽 6시, 45명의 대규모 의료봉사 인원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어제까지 진료를 하고 이른 아침에 모이는지라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많이 피곤해보였다. 그리고 의료봉사를 하기 위한 의료장비나 약 등의 짐이 너무 많아서 수하물을 부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더니 실제로 의료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많이 지쳐버렸다. 하지만 힘들어도 환자 앞에서는 생기를 찾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어느 누구도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각자 다른 길에서 다른 방법으로 의료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오늘부터는 한마음 한뜻으로 의기투합하여 봉사를 실천하기로 하고 우리는 ‘Healing together!'를 외치며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랐다. 해상판자촌에서 박선호 선교사님과 함께~
나보스타시의 해상 판자촌의 모습~
이튿날 아침을 일찍 먹고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다시 판자촌을 찾았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의료봉사에 필요한 짐들을 운반해야하기 때문에 양손에 하나씩 짐을 든 채 다시 그 길을 가야 했다. 어제보다 더 버겁게 길을 걷다가 앞의 일행을 놓치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까지 잃어버렸다. 잠깐 당황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판자촌 사람들이 일제히 한 골목을 가리키며 그 쪽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길을 잃었던 아이가 자기가 살던 동네어귀를 찾고 감격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고맙다는 미소를 보이고 다시 열심히 길을 재촉했다. 판자촌 사람들은 생활 오수나 대소변 등의 오물을 그대로 바다에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 근처의 바다는 심각하게 오염이 되고 악취가 심해져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악취가 그대로 올라와서 많이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날은 의료봉사를 하겠다고 이 곳까지 온 우리의 마음을 기특하게 여겼는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악취를 저 멀리 보내주는 바람에 별 어려움없이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이 곳 사람들은 워낙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서 검사나 응급치료가 필요한 양방진료가 먼저 시작되어서 오전에는 그렇게 환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에 환자가 몰리면서 덩달아 우리쪽에도 환자들이 밀리게 되었는데, 장소도 좁고 말도 안 통해서 이래저래 정신없이 진료가 진행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의료혜택을 거의 받은 적이 없는 편이라 한방 치료에 대해서는 아예 들어보지도 못한 분들이 많아서 뾰족한 침을 보기만 해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서툰 영어로 얘기를 한 후 침치료를 해드리는데 효과 또한 좋아서 치료 후에 더 만족하고 가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는 끼니도 잘 해결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비타민, 사탕은 물론 팝콘기계까지 가지고 갔는데, 단연 인기최고는 팝콘이었다. 팝콘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했던 차에 밖으로 나가봤더니 의료봉사하는 곳 입구에서 팝콘기계로 직접 팝콘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는데 그 줄이 어찌나 긴지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온 동네에 퍼진 고소한 팝콘 냄새에 나도 살짝 군침이 돌 정도이니 아이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껏 기대한 채 팝콘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순진하고 예쁘던지, 나도 모르게 바로 카메라에 담아버렸다. 팝콘을 기다리는 아이들~
둘째와 셋째 날은 나보타스시청 마당에 천막을 치고 의료봉사를 했다. 진료를 하기 전에는 판자촌 진료가 더 힘들 것 같았는데 실상은 내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도로가에 위치한 시청 마당에 천막으로만 가리고 진료를 하려니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으로 너무나 시끄러웠고, 먼지와 공해가 너무 심해서 목이 칼칼할 정도였다. 무더운 날씨에 천막 안은 찌는 듯 덥고 답답했고, 우리가 진료하는 곳 바닥에 하수구 입구가 있어서 악취까지 더해지니 어제 판자촌이 그리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곳에 계속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며칠 잠깐 있다 가는 것이야 못 참을까싶어 가운 소매를 걷어부치고, 하수구 입구는 박스로 막은 후 진료를 시작했다. 시청에서 하는 의료봉사는 판자촌에서 진료할 때보다 환자가 많아서 더 힘이 들었다. 환자는 밀리고 장소도 좁아서 침치료를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다가 환자들이 침치료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궁리 끝에 ‘한방파스요법’을 시작했다. 아픈 부위에 침 대신 파스를 붙여주자 아프지도 않고 시원한지 환자들이 너무 좋아하였고, 이제는 환자들이 먼저 손짓으로 저거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나보스타 시청 의료봉사 현장. 줄이 참 길기도 합니다.
http://www.akomnews.com/subpage/search_detail.php?code=A008&uid=62261&page=/subpage/search.php&nowpage=2&search_word=해외의료봉사&search_key=all&sadop_date=--&eadop_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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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제인한방병원 한방소아과 윤지연 과장
시청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을 치루듯 바쁘고 치열하게 진료를 마치고 나면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저녁 먹을 기운조차 없이 숙소로 돌아가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이것이 바로 봉사하는 마음인가보다.
정신없이 3일간의 의료봉사가 지나갔다. 꾸준히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봉사를 통해서 당신들이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얘기하셨던 의미를 이번 봉사를 하면서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니 또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어 이번 의료봉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번 의료봉사에는 정말 감사할 분들이 많은데,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참가하신 분들 뿐만 아니라 필리핀 현지교민과 유학생들, 필리핀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성심껏 도와주셔서 정말 수월하게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수업까지 휴강하시고 오셔서 옆에서 손발을 잘 맞춰주셨던 이정미 선생님, 유창한 영어와 빛나는 센스로 우리를 완벽하게 도와주었던 김승경, 송민희 학생, 필리핀어를 영어로 통역해주느라 고생했던 요야이, 지를 비롯한 많은 필리핀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나를 친구라 불러주며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었던 필리핀 친구 메스트로는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의료 봉사 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해상 판자촌 아이들이 보여주었던 깊고 맑은 눈빛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되어 내 일상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 세상에 건강하게 태어나 한의학을 공부하여 침 하나만 가지고도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으니 나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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