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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해서 남주자!/MBC(라디오 동의보감)

쓰러졌다면...(10.06.05 방송분)

by 김길우(혁) 2017. 6. 5.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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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05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편안하셨습니까? 중원대학교, 국제 생명공학 연구소장, 김길우입니다.

햇볕이 유난히 뜨거운 이즈음에 잊지 못할 학창 시절 추억이 있습니다. 여름 철, 작렬하는 태양아래서, 애국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화는 정말 악몽이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을까요? 

으~,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조회시간.

늘 비슷한 긴 훈화 말씀이 있으시고, “마지막으로...” 하면 겨우 절반이 끝난 것이죠. “이어서~..., 더불어서..., 결론적으로~..., 강조하면...,” 이쯤 되면, 쓰러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가슴은 답답하며, 다리는 후들거리고 정신은 몽롱해집니다. 기억나십니까?

간신히 서있던 학생 하나가 흔들흔들 거리다가 픽~ 쓰러집니다. 그러면 주위의 학생들이 달려들어 그늘로 옮겨주지요. 그때는 쓰러지는 것이 왜 그렇게 부럽던지... 저는 쓸데없이 체력만 강해서 그랬는지 한 번도 쓰러져 보질 못 했습니다. 이렇게 더위를 먹어 생기는 병을 한의학에서는 ‘중서(中暑)’라고 합니다.

 

영국 근위병도 중서엔 별 수 없나봅니다.

동의보감 중서구급(中暑救急)조에는 여름철 더위에 심하게 상해, 죽을 것 같을 때의 응급조치법이 상세하게 나옵니다. 우선 환자를 부축하여 그늘지고 서늘한 곳으로 즉시 옮겨야합니다. 그런 후 허리띠와 옷깃을 풀어주고, 서늘한 물을 젖가슴에 뿌리며, 부채질을 해서 체온을 식힙니다. 이후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물을 먹이고, 수건에 이 물을 적셔서 배꼽과 그 주변에 올려놓습니다. 이때 찬물을 먹여서는 절대 안 됩니다. 동의보감에는 찬물을 먹이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릇이 아주 열 받았을 때, 찬물을 부으며 와싹~ 깨지는 것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만약 생강이나 마늘이 주위에 있다면 찬물에 갈아 먹입니다. 더 위중하면 ‘지장수(地漿水)’를 먹여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깨어나지 않는다면, 바로 의료기관으로 옮겨야합니다. 더위에 심하게 상하는 것은, 결코 정신력이 나약해서라거나, 요즘 말로 ‘저질 체력’이라고 웃어넘길 가벼운 질환이 아닙니다.

 여름철에는 여름에 맞도록 살아야합니다. 더위 속에서 일하면 적당히 그늘에서 쉬어야하며, 서늘한 곳에서만 일을 한다면 적절히 더위 속에서도 활동해야합니다. 더위에서 일만 한다면 더위에 상할 것이고, 에어컨 서늘한 바람 속에서만 일을 한다면 속을 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시원한 그늘에서 놀게하세요~

이런 까닭에, 한의사들은 더위에 상했을 때 침을 놓고 뜸을 뜨며, ‘진사익원산’을 처방하며 지금과 같은 잔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름철에 힘이 되는 보약 같은 제철 과일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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