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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십니까? 중원대학교 한방산업학부 교수 김길우입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아리랑’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백남일 정미소 인부들이 임금 삭감에 분개하여 파업을 하다가 오히려 정미소에서 쫓겨나자, 부둣가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서 신세한탄을 합니다. 인부 중 한 명인 배을남은 자기가 며칠 안에 이 상황을 해결하겠다며 호언장담 합니다. 인부들과 헤어진 후, 배을남의 거동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그들은 점심나절이 아까워 헤어졌다. 배을남은 혼자서 부두 쪽으로 느리게 걸었다. 술 취한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두 비위 상하고 고깝기만 한 것이었다. 그동안에 어마어마하게 큰 쌀 창고들은 더 늘어나 있었고, 돈 창고라고 하는 은행들도 멋진 건물을 짓고 더 많아졌고, 게다짝을 방정맞게 딸그락거리는 일본사람들도 훨씬 불어나 있었다. 참말로 사람이 복장 터져 죽을 일이다.”여기서 등장하는‘비위 상하다’라는 표현, 다들 익숙하시죠?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역겨운 음식을 보았을 때 ‘비위가 상해서 못 먹겠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보았을 때 ‘비위 상하게 굴지 마라’와 같이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비위란 의학적으로는 지라와 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우리 언어 속에서 비위는 어떤 음식물이나 일에 대하여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마음, 혹은 음식물을 삭여 내거나 아니꼽고 싫은 것을 견디어 내는 성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비위가 상한다는 것은 음식물을 삭여내거나 싫은 일을 견디어 낼 수 없다는 의미이지요. 여러분, 비위(脾胃)상할 일이 많은 요즘 비위는 큰 것이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작은 것이 좋은 것일까요?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국 광동의 고급요리인 제비집수프: 포브스에서 선정한 역겨운 음식 중 하나.
‘비장(脾臟)은 주로 장부(臟腑)를 호위(護衛)하고, 음식물을 받아드리는데, 입술과 혀를 보면 비장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 수 있다. 피부의 색(色)이 누렇고 피부의 무늬인 주리(腠理)가 치밀한 사람은 비장이 작고, 주리가 거친 사람은 비장이 크다. 입술이 위로 들린 사람은 비장이 높고, 입술이 아래로 늘어진 사람은 비장이 낮다. 입술이 튼실한 사람은 비장이 튼실하고, 입술이 크지만 튼실하지 않는 사람은 비장이 약(弱)하다. 입술이 상하로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은 비장이 단정하고, 입술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은 비장이 한쪽으로 기우러져 있다.’며, 입술과 비장의 모양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보감에서는,‘비장이 작으면 오장(五臟)이 안정되어 사기(邪氣)에 잘 상하지 않고, 비장이 크면 갈빗대가 끝나는 잘쏙한 허리부분인 허구리를 눌러서 아프며 빨리 걸을 수도 없다. 비장이 높으면 허구리에서 옆구리 아래쪽으로 당기면서 아프고, 비장이 낮으면 아래로 대장(大腸)을 누르고 오장이 사기를 받아서 고생을 한다. 비장이 든든하면 오장이 안정되어 잘 상(傷)하지 않고, 비장이 약하면 소갈(消渴) 같은 소단(消癉)이 잘 생기며 상하기가 쉽다. 비장이 단정하면 조화로워서 잘 상하지 않고, 비장이 기우러지면 배가 쉽게 빵빵해지고 불러 차오른다.’라고 설명하면서 비장의 모양에 따른 약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입술, 두툼..한가요?
자~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서, 보감에서는‘입술이 튼실한 사람은 비장이 튼실하고, 입술이 상하로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은 비장이 단정하며, 비장이 든든하면 오장이 안정되어 잘 상(傷)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입술은 어떻게 생기셨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입술이 좋아 비위가 튼튼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7월말 폭우로 생긴 산사태 같은 비위(脾胃)상할 일은 자꾸만 생기는데…….다시는 그런 비극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비장의 병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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