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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모아 남주자!/사람을 살리는 신의 선물

보기도 아름답고 쓰임도 아름다운, 노근(蘆根)(12.03.16 방송분)

by 김길우(혁) 2020. 3. 16.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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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6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건강하십니까? 중원대학교 한방산업학부 교수 김길우입니다.

노을지는 순천만을 보셨나요

지난 2010년부터 전남 순천시는 순천만의 자연 생태자원 가운데 하나인‘갈대’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순천시는 갈대술 2종 등 전통주 개발 사업을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순천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추진했다고 합니다. 갈대술은 청정지역 순천만의 갓 돋아 난 갈대 잎을 원료로 하여 알콜함량 14도이며, 깊고 부드러운 맛을 보였다고 하는데, 갈대는 이뇨작용과 해열작용, 간 기능 보호작용, 조혈기능 강화작용, 농약·방사능·중금속 해독작용 등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인이 선호하는‘웰빙 전통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작년에는 갈대의 어린잎을 녹차처럼 볶아 티백에 포장해서 고소한 향이 진한 갈대 차로 개발하였으며, 국수와 냉면 과자 등 갈대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눈앞에 넘실대는 바다의 물비늘 같은 갈대의 희고 고운 출렁임이 고스란히 갈대 제품에 녹아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이제 음식에도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오늘은 헛구역질에도 효과적인 노근, 즉 갈대의 뿌리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눈부신 갈대 평원, 순천만~!

동의보감에서는,‘갈대의 뿌리를 노근(蘆根)이라고 하는데,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당뇨와 비슷한 소갈(消渴)과 갑자기 생긴 객열(客熱)에 주로 쓰며, 위장(胃腸)을 열어서 식욕을 돋우고, 목이 메고 심하게 딸꾹질 하는 것을 치료하며, 임신부가 가슴에 열이 나는 것과 이질(痢疾)을 앓으며 갈증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라며, 노근이 몸속의 열을 없애는데 효과적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가 바로 젊은 갈대에요. 나이든 그 갈대 같아 보이나요?

계속해서 보감에서는,‘ 노근은 물속에서 자라는데, 잎은 대나무와 비슷하고 꽃은 희다. 위(葦)라는 갈대는 노(蘆)보다 조금 크지만, 노와 위는 통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 약에 쓸 때는 그 뿌리가 물을 거스르면서 자란 역수로(逆水蘆)를 써야 한다. 또, 하천의 바닥에서 자라고 있는 맛이 달고 매운 것을 써야 하며, 물 위에 떠서 노출된 것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한 의서(醫書)도 있다’라고 노근의 생태와 좋은 품질의 노근을 구하는 방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맑은 하늘과 잘 어울리는 가을 갈대

특히 동의보감 구토의 단방약 부분에서는,‘헛구역질과 딸꾹질·목이 메는 오열(五噎)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치료하는데, 노근 5냥을 물에 달여서 1되를 단번에 마신다. 대개 3되를 마시기 전에 낫는다’라며, 노근의 효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홍도의 <해탐노화>

혹시 김홍도의 <해탐노화· 蟹貪盧花>라는 그림을 아십니까? 화면 정중앙에 갈대를 움켜쥔 참게 두 마리를 그린 그림입니다. 김홍도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백인산지음/다섯수레)>라는 책에 의하면, 과거에 급제하면 임금이 술과 고기를 내렸는데, 고기를 뜻하는 한자와 갈대를 뜻하는 한자의 중국어 발음이 같고, 게의 껍질을 뜻하는 '갑'(甲)은 과거 시험에서 장원을 뜻하는 것으로, 곧 이 그림은 과거 시험에서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뜻을 담은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과거를 보러 길을 떠나는 선비들이 부적처럼 품고 다녔던 그림이라고 합니다. 갈대를 그린 그림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순천만 갈대 평원...

다음시간에는 청산별곡의 주인공 다래의 효능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쓴이: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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