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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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29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건강하십니까? 중원대학교 한방산업학부 교수 김길우입니다.
신종 플루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국이 공포에 떨 때 신종 플루 백신이 부족하다고 문제가 됐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때 신종 플루 백신과 관련한 흥미있는 기사(국민일보)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이 백신 제조회사(녹십자)측은 연내 공급하기로 약속한 500만도스에 항원보강제를 첨가해 약효를 2∼4배 증폭시키는 방법을 쓰면, 기존 분량의 절반 수준으로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어 접종 가능 대상자 수가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항원보강제란 말 그대로 항원의 양이 부족할 때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하고 신속하게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성분을 말하는데, 현재 가장 오래, 그리고 많이 쓰이고 있는 성분은‘백반(白礬)’으로 불리는 알루미늄화합물이다‘라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당시에 백반이 국민들의 또 다른 구원투수였던 셈이지요. 한의학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하얗죠? 이것이 백반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백반을 반석(礬石)이라고 하는데, 성질이 차지만 서늘하다고도 하며, 맛은 시고 떫으며 독이 없다. 몸속의 노폐물인 담(痰)을 없애고 이질(痢疾)을 치료 하며, 음부(陰部)에 구진(丘疹)이 생기는 음식창(陰蝕瘡)과 지독한 부스럼인 악창(惡瘡)을 낫게 하고 코에 생긴 군살인 식육(息肉)을 없앤다. 급성으로 생기는 인후염과 비슷한 급후폐(急喉閉)를 치료하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하며, 목에 생기는 결핵성 임파선염과 유사한 나력(瘰癧)· 종기가 뚫어져 고름이 나오는 서루(鼠瘻)· 옴이나 버짐 같은 개선(疥癬)에 주로 쓴다’고, 백반의 효능(效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보감에서는,‘반석은 곧 지금의 백반인데, 흰색에 광택(光澤)이 있는 것이 좋다. 아주 곱게 가루로 내어 질그릇에 넣고 반일(半日) 동안 불에 달구어 분처럼 하얗게 된 것을 고반(枯礬)이라고 하는데, 온갖 부스럼을 치료하고 안 좋은 것을 몰아내며 새살이 차게 해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오묘한 약이다. 담을 없앨 때는 생것을 쓴다. 또한 녹반(綠礬)· 흑반(黑礬)· 홍반(紅礬)도 있다. 백반을 녹인 물로 종이에 글을 쓰면 그 물기가 마른 후에 글 쓴 부분이 물에 젖지 않으므로 이런 이유로 백반의 성질이 습기를 물리치고 몸속의 노폐물인 담연(痰涎)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백반의 특성과 기능을 부연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의보감 아치통(牙齒痛) 단방약부분에서는,‘백반은 치아가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데, 같은 양의 고백반(枯白礬)과 노봉방(露蜂房)을 가루로 내어 2돈씩 물에 달여서 열이 아픈 곳으로 퍼지게끔 머금었다가 식으면 뱉어낸다’라고, 백반이 아치종통에 효과적임을 밝혀놓고 있습니다.
치통에 백반이 도움이 된다니!!
여러분 어려서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일 때 백반을 조금 넣었던 기억이 나십니까? 봉숭아꽃에 들어 있는 염료는 일종의 매염 염료인데 봉숭아물을 들일 때에는 백반(명반)이나 소금과 같은 매염제를 넣어야 고운 색깔로 진하게 염색을 할 수 있습니다. 매염제는 일반적으로 수용성 금속염류인 경우가 많은데, 봉숭아물을 들일 때 쓰는 백반은 알루미늄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넣었던 것입니다.
봉숭아 물 들일 때 백반이 꼭 필요하죠 ^^
화학을 몰랐던 조상님들은 어떻게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늘 고전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옛 고인들의 지혜가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다음시간에는 꿀벌계의 여포, 말벌의 집인 露蜂房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쓴이: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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