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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해주세요♥/삶의모임, 세보

삶의모임 세보, 공부소식(23.10.16).

by 김길우(혁) 2023. 10. 23.

글쓴이; 삶의 모임 세보, 조종혁(경희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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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6일  서른 다섯번째 공부입니다.

O 참여인원
18학번: 손지훈
19학번: 조종혁
20학번: 박창현 송치영

안녕하세요! 어제는 제인병원에서 길우 선배님과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지훈이형은 보험한약을 인수분해하여 그 방의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보험한약들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추가로 동씨침법의 혈위들을 십이정겅과의 관계로 이해함에 있어 오행배속, 장부 간의 관계, 그리고 위치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알게 된 바를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앞서, 김길우 선배님께서 이렇게 처방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처방을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교집합과 부분집합, 전체집합을 이용하여 약을 이해하는 방법이 지금 설명할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밥, 나물, 고기, 기름이 모여 만들어진 비빔밥을 생각해 봅시다. 소고기를 많이 넣으면 소고기비빔밥이, 들기름을 많이 넣으면 들기름비빔밥이, 그리고 육회를 많이 넣으면 육회비빔밥이 됩니다. 소고기비빔밥에 기대하는 건 소고기일 테고, 들기름비밤밥에 기대하는 것은 들기름 향이 나는 것일 겁니다. 처방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기록해 두었는데, 이러한 점들을 어떻게 기록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본초의 주치를 컴퓨터에 모두 집어넣는다고 처방의 주치가 나오지 않듯이, 처방을 인수분해하여 알게 된 포함된 처방과 본초와, 처방 자체의 기대효과 사이이는 간극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간극, 어떤 차이가 있느냐를 살피는 것이 처방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창현이는 내경에서 간병에 관한 문장들을 보고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肝苦急은 목기가 너무 강해 승발하는 것이 과다해 양기가 지나치게 왕성해져 생기는 문제를 의미하며 이때 감미를 사용해서 치료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肝欲散은 간기울결을 말하는 것으로 이때 신미와 산미를 사용해 치료한다고 이해했습니다. 간의 병은 치료가 잘되는 시기와 맥, 심해지는 시기와 맥이 존재하며 이는 오행의 상생상극과 연관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치영이는 이번 시간에 심에 대해서 발표를 했습니다. 심에 대한 첫 발표인 만큼 심이 무엇인지 "心者는 君主之官也니 神明出焉"을 중심으로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神의 이해를 선행하고자 신의 형성, 의미, 기능 등을 알아봤습니다. 또한, 심포 대신 심이 쓰인 조문들을 통해 심포가 심을 보호해 준다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에 해왔던 처방 인수분해 알고리즘에서 본초의 효능주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중화본초에 수재 된 본초들의 정보를 크롤링해 왔습니다. 현재 정리된 자료는 간체자로 되어 있어 번체자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글 발음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 번 더 거쳐 좀 더 사용하기 편리한 DB를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중화본초에 없는 약재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은 중약대사전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으로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초 DB를 완성하면 다음으로는 기본방 DB를 제작할 계획이었는데, 지훈이 형의 발표를 들으며 선배님들이 만들어 둔 자료를 잘 공부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퀄리티 높은 DB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제작하는 중인 DB에 대해서, 중화본초의 양이 더 많고 중약대사전이 작은데, 여러 요인들에 따라 두 곳에 수재 된 같은 약재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같은 약재인지 어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학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처방을 인수분해하여 이해하는 이 방식이 상위 10% 이내의, 공부를 열심히 한 한의사들이 처방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렇듯 저희는 이미 있는 것을 가지고 사건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치료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며, 그런 점에서 한의학이 해석학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한의학처럼 같은 언어로 같은 대상을 오랫동안 같은 생각으로 파악한 학문은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으로의 이해에 덧붙어 본초의 새로운 성분과 가감법, 다른 치험례들을 찾아서 다룬 용례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스터디가 끝난 후에는 성수역 근처 ‘미각’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선배님께서는 ‘호리피해’와 ‘자리이타’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호리피해(好利避害)는 이(利)익을 좋아하고(好) 손해(害)를 싫어한다(避)는 뜻이 됩니다. 어쩌면 사람의 본성은 원래 그러한 것이겠지요. 손해를 좋아하고 이익을 싫어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살아남아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가 되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사를 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고, 가을이 되면 내 논이 아니어도 추수를 돕고, 신토불이라며 우리 마을의 사람들이 만든 물건을 써 왔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아무래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좁고 가까워서, 호리피해하며 이웃을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로 살아가더라도 반드시 다시 마주치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요즈음의 사람들은 사뭇 다릅니다. 농사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적으니 그렇다고 하지만, 이사를 왔다고 떡을 돌리던 문화는 어느새 옛말이 되었고, 신토불이는 우리‘나라’의 것을 쓰자-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비단 이것들만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언젠가부터 서로 돕던 세상에 ‘호리피해’하는 자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그에 너도나도 나의 이해득실을 착실히 도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일어나고, 길거리에서 얼굴도 모르던 사람에게 이유도 없이 칼에 찔리고. 이상하리만치 흉흉해진 작금의 세태는 ‘호리피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어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보지 않으리라는 지레짐작과, 겉으로만 친절하며 속으로는 이해를 따지는 표리부동의 모습들이 좁디좁은 세상의 인과에 맞물려 결국 현재의 세상을 초래한 것이죠.

때문에 선배님께서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리이타는 타인(他)을 이롭게(利) 하는 것이 곧 나(自)를 이롭게(利) 하는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인류는 여태 살아남기 위해 비관해 왔습니다. 사바나의 맹수들 앞에서 느긋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이 살아남았을 리가 없겠죠. 늘 주변을 둘러보고, 조금만 이상해도 의심하고,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하던 비관하는 이들이 살아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다릅니다. 그 시절 우리의 선조들을 잡아먹었던 사바나의 맹수들은 동물원에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세상이지요. 때문에 비관하는 생존전략은 힘을 많이 잃습니다. 각박하고 팍팍한 세상에 사람들은 느긋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자리이타’ 해야 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호리피해’하며 그것이 마치 당연한 이치인 듯 말하는 세상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리이타’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또 좋아합니다. 더 좁게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내게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 훤히 보이는 한의사보다는, 뭐라도 더 치료해주고 싶어 하는 한의사를 환자들이 더 찾겠지요. 당연한 이치입니다.

 
 
 
 

자리이타는 참 재미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봉사에 있어서든, 공부에 있어서든, 세상의 무엇에 있어서든 ‘이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곧 ’ 자리‘가 된다는 것 같습니다. 나의 도움에 고마워해준 저이가 나를 또 돕기도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을 돕는 행위 자체가 나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도덕적 우월성 같은 것으로 가벼이 설명될 수 없는 무엇입니다. 단순히 give and take로 생각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 ‘자리이타’가 아닐까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이야깃거리가 말이 길어졌습니다.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찌 살 것이며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세보 친구들의 고민에, 길우 선배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를 돕고, 우리를 돕고, 나아가 감히 세상을 돕는 세보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함께한 학우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늘 좋은 식사, 술, 그리고 가르침을 주시는 길우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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