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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해주세요♥/삶의모임, 세보

24년 삶의모임 세보, 동계 청양군 비봉면 봉사에 들어가며(24.01.26).

by 김길우(혁) 2024. 1. 29.

글쓴이; 삶의 모임 세보, 조정혁(경희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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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9학번 회장 조종혁입니다.

내일, 19학번이 준비하는 첫 동계봉사를 앞두고 짐을 꾸리다 보니 여행을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참 묘한 감정이 듭니다. ‘봉사는 잔치다 ‘라는 말씀을 떠올려 보면, 신나는 잔치를 준비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러 가는 입장이니, 설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여태 조금 더 일찍 준비를 할 걸, 이런 걸 같이 해 보자고 할 걸, 그런 아쉬움들과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걱정들 투성이었지만, 동계봉사를 정말이지 목전에 둔 오늘은 조금은 설레어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몇 시간 전에는 세황이 형과 치영이를 만났습니다. 세황이 형이 구성하고 김길우 선배님께서 제작해 주신 약침을 서로에게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세황이 형이 스스로에게 대장승격방 약침을 놓은 부위에 통증이 있어 이것을 저희에게 써도 될지 걱정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약침들도 모두 1cc로 실험을 해 보았는데, 꽤나 투여 시에 통증이 심했기에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얼마큼 투여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함께 약침을 맞고서는 그에 수반된 감각들을 서로 공유하며 그 고민에 동침하였지요. 늘 사용하는 무통약침이나, 나아가 제조된 약들은 이미 수많은 치료경험들이 쌓여 있고, 또 안전성이 꽤나 보장되어 있다 보니 간과하기 쉬운 일이지만, 결코 치료라는 것이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는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論과 治에 대한 學과 習이 없다면, 저희가 매주 진행 중인 주말봉사도, 내일부터 시작될 청양에서의 동계봉사도, 한없이 가벼운 장난으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곧 만나 뵐 어르신들을 마주함에 있어, 한치 부끄럼도 없는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물으신다면, 저희 중 누구도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할 테지요. 살피면 살필수록 저희의 실력에는 부족함이 많고,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여전히 차고 넘칩니다. 때문에 저희는 그곳에서 무엇인가 드리고 오는 것보다도, 받아 오는 것이 더 많을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동계봉사가 저희의 실력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지난 하계봉사에서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정말이지 뜻깊은 배움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렇지만 동계봉사가 저희의 배움을 위한 것으로서 오직 의미가 있다면 그건 봉사가 아니라 생체 실험이 될 겁니다. 할머니들을 멋대로 유관순 열사로 만들어서 고문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확신도 없는 임상 실험을 하는 돌팔이와 다름이 없겠죠. 때문에 봉사는 정말이지 저희의 배움을 넘어서, 마음을, 진심을 담고 또 드릴 수 있는 그런 행위가 되어야 할 겁니다.

해서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 됩니다.

✅ 일정
위의 표는 저희의 간략한 일정입니다. 1/27(토) 봉사소 설치가 끝나고 나면 저녁 식사 전까지는 봉사 리허설이 있을 예정입니다.

✅ 저희의 준비 과정
- 하계봉사 피드백 및 역할별 매뉴얼 작성
이번 봉사에서는 ‘최소한 지난 봉사에서 아쉬웠던 것들은 최대한 보완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원인이 같다면 결과가 다를 수 없다는 말씀을 고이 새기어, 하계봉사가 종료된 직후 크게는 각 역할별로 어떤 점들이 아쉬웠고, 문제가 되었는지, 크게는 봉사 전체에서 문제점들을 기록했습니다. 작게는 발침 메모를 쓰는 방식에서부터, 크게는 환자분들이 엎드릴 때 불편하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점들까지 다양했습니다. 저희는 이 기록을 다시금 정리하여 새로 구매해야 하는 물품들(가슴배게, 사혈기 등)을 정리하고, 역할 별로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역할별 매뉴얼을 작성하였습니다.

- 환자군 및 청양군 인구분포 등의 조사
한편 이번 봉사지의 환자분들은, 당연하겠지만 지난 하계 봉사 때와는 계절 자체가 다른 데다가, 지금껏 해온 농협 연계 봉사가 아닌 청양군 비봉면과 직접 연계해서 이뤄지는 봉사인 만큼 환자군이 조금은 달랐습니다. 후술 하겠지만 박종민 선배님의 연을 통해 봉사지를 구했던지라 선배님께 비봉면의 환자군이 어떨지에 대해 여쭤보았는데요. 농사를 많이 지으시고, 술도 많이 드신다는 등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를 바탕으로 추천받은 몇 가지 처방들을 기존의 저희의 처방 목록에 최종적으로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최신 통계 자료 등을 참고하여 청양군의 연령별 인구분포, 직업군, 주변 의료시설 등을 알아보기도 하였는데요. 전국평균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노령인구 비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노인 경제활동인구 지표를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농업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불어 저희가 봉사를 가는 비봉면에는 주변에 보건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의료시설이 없다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 처방 정리
이러한 데이터들을 반영하여 저희가 선정한 처방은 총 46종이었는데요. 실제로 봉사지에서 처방하기 전에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의는 이해를 해 가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으로 구성을 바탕으로 그 방의를 공부하고 또 정리해 보았습니다. 김길우 선배님께 배운 처방 인수분해를 통하여 접근을 해 보았는데요, 처방 구성과 동의보감을 기준으로 한 증상들, 그리고 해당 처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병기와 생리/병리 이론들을 함께 실었습니다. 기존에 한글 파일로 정리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노션이라는 웹 페이지를 기반으로 자료를 정리하였는데, 검색을 용이하게 하여 친구들이 봉사 중에 실제로 본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비록 저의 공부가 부족하여 미흡한 면이 있지만 친구들이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공부를 더하여 더 많은 것을 보고 익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리집에는 약재의 용량과 증상의 다소가 크게 생략되어 있는데, 이 점에 동계 봉사 후 공부를 통해서 메꿔나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 또한 동계봉사 피드백 자료에 포함될 내용이기도 하겠지요.

- 자료집 제작
처방만 공부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지난여름, 하계봉사를 준비함에 있어 저희 19학번은 상용혈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침에 대한 기초도 없고, 당장 침을 놓아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상황에서 ‘일단 상용혈이라도 왜 거기 놓는지 알고 가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스터디였습니다. 봉사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환자군을 나누어서, 각 환자군에 저희가 가진 자료집에 정리된 치료법의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 주된 아이디어였습니다. 각 질환에 대한 주의사항, 치료원리/이론, 증상, 질문, 치료 방법을 정리하고, 말미에는 혈위의 정확한 위치 자료를 첨부하여 봉사지에서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해당 자료는 137페이지라, 이미 200페이지가량의 자료집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프린트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이번에 제작한 자료집에는 간략한 요약본 한 페이지를 수록하고, 해당 파일은 담은 QR코드를 연결하여 봉사지의 누구든 해당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준비 과정 외에도 여러 준비 작업들이 있었습니다. 작게는 자료집 인쇄를 맡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면사무소, 보건소, 자원봉사 센터와 회신을 주고받으며 조율을 하는 과정, 또 청양군에 직접 답사를 가는 과정들까지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은 당연히 결코 저 혼자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19학번 회장단 친구들 모두와, 잘 따라준 20학번 친구들의 덕이 참 많습니다.

사실 준비를 하는 과정이 결코 즐겁고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봉사를 간다고 해서 실력이 갑자기 오르는 것이 아니다. 봉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느는 것이다’라는 길우 선배님의 말씀을 이제 와서 다시 되새겨 보면, 참 맞는 말씀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를 준비하는 과정 동안에는 상술한 치료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이 잔치가 결코 쉽게,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1달 동안 학기와는 달리 학업을 병행하지 않은 채 이것만을 보고 달려왔는데, 마냥 즐거웠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요. 무지에 대한 고통과 앎의 즐거움, 희비,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1달 전의 저와 오늘의 저를 비교한다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성장이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함께 준비한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 선배님들의 도움
열심히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던 만큼, 많은 선배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봉사 역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학업적인 측면에서도,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 스터디
김길우 선배님께서 30년 동안 이어오신 길터디는 이번 봉사 때도 큰 배움과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직 습이 붙지 못해 생각지도 않았던 구체적 처방 지도부터, 약의 방의, 마음가짐까지 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배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철 선배님, 정진호 선배님, 구자승 선배님의 약침 스터디 또한 있었는데요. 한 번 스터디를 들은 19학번 친구들에게는 복습과 부족했던 점들에 대한 보완의 기회가, 20학번 친구들에게는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봉사 때는 무통 약침만을 지원받지만, 다음 봉사 때에는 좀 더 열심히 공부하여 V, MOK 등의 약침을 모두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박종민 선배님의 맥진 스터디도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기에 저희가 맥진의 모든 것을 알아갈 수는 없었지만, 청양에서 많이 볼 수 있을 맥들에 대해 배우는 등 봉사에 직접적인,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지훈이 형의 처방 인수분해 스터디, 세황이 형의 처방, 사암침법, 경근육학 등 다양한 스터디들이 있었는데요. 모두 좋은 배움의 기회이자, 봉사로 향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물품
많은 분들이 물품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한약을 지원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 그 외에 다양한 봉사지의 물품들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김길우 선배님(한약), 박종민 선배님(물품), 조현주 선배님(한약), 이마성 선배님(침), 박지은 선배님(한약), 김현규 선배님(한약), 그리고 경방신약(한약)에서 물품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 금전
함께 여러 분들이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셨습니다. 김길우, 정철, 이세연, 신동준, 이홍선, 조현철, 손동석, 정선영, 구자승, 정진호, 조현주, 황미숙, 심윤섭, 하홍기, 이윤재, 하태두, 안용준, 기명간, 임돈규, 한나경, 박지은, 강도영, 심성은, 연나현, 김현규, 안익균, 김현민, 김윤하, 이나경, 한승재, 장정은, 김성아, 이윤지, 엄기원, 임성모, 이지수, 이훈구, 박주영, 김지훈, 김나영, 강세황, 박종현 선배님께서 지원을 해 주셨습니다.

이렇듯 많은 선배님들의 다양한 지원 덕분에 저희가 봉사를 준비함에 있어 훨씬 수월해졌고,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구체적인 지원사항 등에 대해서는 봉사 보고회에서 더 정리하여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마무리하며
11시에는 글을 올려야지, 했던 것이 쓰다 보니 12시를 넘고, 벌써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부족하나마 열심히 준비를 한다 하여도 때로는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 저만, 혹 우리만, 혹 세보만 이렇게 열심히 봉사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는 환자들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한들 저 혼자서만 열심히라면 좋은 뜻일지라도 세상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길우 선배님은 ‘봉사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런 의문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랄까요.

저 혼자 열심히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뜻을 함께하는 도반을 찾고, 또 그 도반에 안주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선인들이 말씀하신 홍익인간의 정신 같은 것이 결국 이런 마음가짐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이것은 때로 논리 정연한 설득으로도, 뜻깊은 경험으로도, 따끔한 가르침으로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글에는 나름 생각을 품은, 따뜻한 글로 하여금 모두가 봉사에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 또한 그런 안온한 글귀에 마음이 울리는 사람이니까요.

이번에도 부족한 저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세상을 조금 더 따스하게 만들어 나가는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봉사할 수 있을 때까지 세보는 나아갈 겁니다. 어느 날에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습니다. 봉사가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라고나 할까요. 그것만큼 좋은 세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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