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칭찬해주세요♥/삶의모임, 세보

삶의모임 세보, 공부소식(23.11.20).

by 김길우(혁) 2023. 11. 21.

글쓴이; 삶의 모임 세보, 조종혁(경희19)

------------------------------------------------------------------------------------------------------

2023년  11월 20일  마흔두번째 공부입니다.

O 참여인원
19학번 조종혁
20학번 박창현 송치영 이정민

안녕하세요! 어제는 제인병원에서 김길우 선배님의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저희가 스터디를 시작할 적에는 모두 같은 주제를 잡고 공부를 해 왔었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저희가 서로 더 궁금했던 부분들이 모두 다른지라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 덕에 제가 공부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볼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정민이는 심주신명에 대해 알아보고자 신을 내경에서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신지 증상과 족양명위경 시동소생병의 관련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신’과 ‘신기’의 차이가 무엇일지 추측해 보고, ‘양정상박 위지신’과 ‘양신상박 … 위지정’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보면서 자연과 인체를 말할 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았습니다.

창현이는 내경에서 말하는 神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고 발표했습니다. 神明이 천지 動靜의 綱紀라는 표현을 보고 천지만물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神 역시 넓은 의미에서 천지만물과 인체의 구성요소들이 각각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법도이고 좁은 의미에서는 정신의 의미로 쓰인다고 보았으며, 이를 토대로 색과 맥에서 신명이 나타난다고 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먼저, 지난 시간에 이어 군주괘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하고, 저만의 방법으로 해석한 것을 공유했습니다. 징조를 알고 다음을 대비하고자 했던 선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런 모습들이 우리 한의학에도 담겨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더욱 명료히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느낀 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12경맥의 이름과 유주 순서에 대한 탐구를 좀 더 진행해 보았는데요. 삼음삼양의 이름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면서, 내경에서 언급하는 태소음양이 삼음삼양의 맥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관점에서 언급한 것도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상의 관점에서 이해한 태소음양에 대한 저만의 해설이, 구침십이원에 정확히 똑같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내경은 확실히 명료히 쓰였구나 하는 점을 한 번 더 느꼈습니다.

이어 지난 시간에 가볍게 살펴보았던 음양리합론의 나머지 설명들을 좀 더 뜯어보면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광명의 아래가 태음'이라는 표현이 음양십일맥구경의 대음맥이 위(胃)에서 출발해 아래로 향함과 합치함에 아이디어를 얻어, 나머지 족육경과 음양리합론의 부위 설명을 대조하여 보았습니다.

본디 공부하고 싶었던 것이 '궐음은 왜 풍목이고, 왜 간인가?'라는 주제였기 때문에, 오행배속에 대해서도 공부해 보았습니다. 중국 대륙의 주변 지리와 이법방의론에서 살펴볼 수 있는 당시 선인들의 방위에 대한 인식, 그리고 風의 설문해자의 내용을 통해서 사상과 계절, 방위, 오행 등이 어떻게 배속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초반에 보았던 구침십이원의 내용이 사상적 관점에서 오행 배속에 대한 인식이 이미 있었음을 보였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치영이는 음양의 관점에서 정기신혈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정기신혈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소문 음양응상대론에 나온 양중지양, 양중지음, 음중지양, 음중지음을 시간에 따른 변화로 이해했습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모식도를 그려서 정기신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변화 양상의 프레임을 적용시켜, 정기신혈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화생시키는 지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어떤 관점에서 내경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예컨대 스터디에 항상 나오는 저희끼리는 정민이에 대해 대강을 이야기하여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터디에 오지 않는 사람들은, 더 나아가 세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저희끼리 이야기하는 것처럼 얘기해서는 절대 정민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시킬 수 없을 겁니다. 내경이 쓰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말씀 해 주셨습니다.

그때에는 임금이 있었으니 심은 군주라고 표현한 것이고, 사람들은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금이 없으니 군주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가 잘 와닿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것은 거의 2000년 전 한대 즈음부터 1000년 전 송대까지의 고대 중국인들이겠지요. 우리가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해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외부인' 취급을 면치 못하고 영영 눈앞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겠지요.

우리가 내경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어떤 개념 또는 실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의 합이 아닙니다. 요컨대 心이 그저 혈맥을 주관하고 군주지관이라는 사건의 나열로만 이해한다면 그것은 단편적인 이해일뿐만 아니라, 더 나아갈 수 없는, 응용할 수 없는 사실의 집합에 그치겠지요. 때문에 내경이 다루는 개념과 실체는 기본적인 인식 안에서, 그 대상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등가로 합치되는 개념들이 공감을 얻게 되고, 그것이 대상의 존재를 대표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기화된 결과가 결국 기록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또 모르는 것을 창고에 넣어두는 습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창고에 잘 넣어 두었다가 어느 날에 꺼내 보면 이것이 여기에서 나왔던 것이구나, 이것이 먼저고 저것이 나중이구나 하는 것들을 알 수 있다고 말이죠. 이런 습관은 후일 의학입문과 같은 책들을 공부하며 처방을 분류하면서도 도움이 된다고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스터디가 끝난 후에는 백정돈공장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모처럼 저희가 식사를 사 드린 날이었습니다. 요즈음 스터디가 늦게 끝나 백정돈에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의 술은 지훈이 형이 제주도에서 사 온 '메밀이슬'인데요, 도수도 높고 향도 정말 좋은 술이었습니다. (<술도가제주바당>의 술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말 맛있는 술들이 많으니 제주도에 놀러 가시는 분들은 한 번쯤 들러서 드셔보세요!) 

 
 

식사를 하면서도 선배님께서는 참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누어 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제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소프트 메모리와 하드 메모리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드 메모리로 저장해 두면 되고, 변하는 것은 소프트 메모리에 저장해 두면 된다고 하셨죠. 하드 메모리라는 것은 결국 컴퓨터와 같은 저장장치에 저장되는 정보를 말하는 것이며, 소프트 메모리는 그와는 대비되는 인간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정보를 의미합니다. 하드 메모리로 정리되는 정보에는 표제어를 달아 저장된 정보가 적재적소에 꺼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요. 길터디는 그럼 어떤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까요? 개개인이 정리하는 자료들은 물론 하드 메모리적 측면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저희가 쌓아가는 생각하는 힘은 소프트 메모리가 되겠습니다.

침을 잘 놓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이 공부가 어느 정도 답을 찾아가면, 원래 하던 프로그래밍 공부와 함께 세보에서 사용할 수 있을 본초 사전을 만들어 볼까 싶었습니다. 형들이 정리해 준 보험처방 자료들을 보며 공부하다 보니 결국 본초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종종 어디까지를 프로그래밍의 영역으로 두어야 할지 고민이 들곤 했는데, 하드 메모리와 소프트 메모리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보다 명료히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사파의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함께 공부를 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혹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너무 속상해 말고, 같이 고민하면서 더욱 정진하자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혹은 있었을 헤맴입니다.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선배님께서 저희에게 말씀해 주시듯, 저희 자신을 믿어야지요.

그리고 때로 헤매는 저희에게 길을 보여주시는 김길우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글을 마무리토록 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