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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해주세요♥/삶의모임, 세보

삶의모임 세보, 공부소식(23.11.27).

by 김길우(혁) 2023. 12. 1.

글쓴이; 삶의 모임 세보, 조정혁(경희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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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7일  마흔네번째 공부입니다.

O 참여인원
16학번 신채영
17학번 강세황
19학번 조종혁

안녕하세요! 어제는 제인병원에서 김길우 선배님의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세황이 형이랑 함께하는 스터디였고, 채영 누나랑은 처음으로 같이 스터디를 해서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황이 형은 지난번 제가 보험처방 인수분해를 공부하며 곽향의 효능주치에 대해 의문이 들었던 것에 대해서 답변을 정리한 것과, 그에 더해 정기신혈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것을, 그중 특히나 神을 중점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제가 곽향의 효능주치에 대해 의문이 들었던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불환금정기산의 주치에서 다른 증상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익숙한 약재들도 모두 소거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소거 과정에서 남는 약재가 곽향이고, 증상은 구토와 설사, 즉 흔히 말하는 곽란이 남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곽향의 주치는 구토와 설사라는 것인데, 우리가 아는 곽향은 방향화습약으로 그렇게 센 약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 약력과 주치의 간극이 제가 가진 의문이었습니다.

세황이 형은 이에 대해 설문해자 및 금문 등의 기원으로 돌아가 곽란이라는 질환에 대한 본래의 인식을 먼저 파악하고, 『靈樞·五亂』에서 장위가 역란한 것을 곽란이라 보았다고 한 점을 참조하여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무언가의 원인에 의해 장위의 기기가 역란하여 나타난 것이 곽란이며, 증상으로 보았을 때 구토, 설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비주승, 위주강의 기본적인 생리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 것이죠. 그리고 곽란은 굉장히 급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병태라서 외인이 주된 원인이라 풍수종독, 역기 등을 이야기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곽향은 역기를 치료하는 약이라는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상의 이해를 바탕으로 형은 비위의 기기가 역란 된 상태를 조절하는 것이 곽향의 역할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중화본초에 수재 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이해를 검토해 보았는데, 실제로 곽향은 비위의 불화를 치료하는 약이라고 하고, 약성 자체가 센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곽란의 경증에는 사용할 수 있으나 극심했을 때는 사역탕 등의 다른 치법을 써야지, 화평하고 담백한 약인 곽향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즉, 비위기의 역란을 해결해 주는 정도이며, 이로 곽란이 해결된다면 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수준이라면 적합하지 않은 약이라는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김길우 선배님께서는 제가 제기한 질문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처음 선배님께서 선생님께 인수분해를 통한 처방의 이해 방식을 배울 때에는 곱하기, 나누기를 배우는 느낌이라고 하셨죠. 하지만 곱하기를 배울 때는 곱하기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며, 지금 발생한 문제가 바로 이러한 상황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처방의 방의에는 이론이 있는데, 예컨대 곽란은 기본이 역이 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곽란에 사용하는 것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문제의 해결은 주치에 1차, 2차, 3차, 4차가 있다는 인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컨대 보기를 하면 행혈이 되고, 보기를 아주 강력히 하면 기운이 쓰여서 열이 나고, 그다음 단계에는 차가워지는 그런 주치의 스펙트럼의 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나중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황이 형이 좋은 답을 찾아 주었지만, 설령 이 답이 이해가 되거든, 좀 미진한 부분이 있건 간에, 창조를 만들어서 넣어두고 나중에 들여다보면 좋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편, 세황이 형이 준비해 온 두 번째 주제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려보자면, 먼저 세황이 형은 神의 설문해자와, 글자를 구성하는 示, 그리고 申의 뜻을 통해서 불과 같이 인류의 문명 생활을 가능케 한 중요한 요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무엇인가라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精은 米와 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장 대표적이자 중요한 식량의 이미지가 있고, 气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구름의 이미지에서 여단무환한 이미지를, 그리고 血은 여러 표현들을 참고했을 때 혹 그것의 기능은 다르게 인지했을지라도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는 그 피(blood)를 보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氣와 血의 차이점에 관해서, 益氣라는 표현은 있으나 益血이라는 표현은 거의 없다시피 한 점에서 피를 먹는다고 피가 더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난 한 달간 공부하고 발표한 내용들에 이어 몇 가지 공부를 덧붙여 십이경락이 어떻게 처음 형성되고, 이후로는 어떻게 인식되어 왔을까에 대한 내용을 저만의 스토리로 구성해서 발표해 보았습니다. 음양에서 삼재, 사상에서 오행, 팔괘와 군주괘, 삼음삼양, 육기, 십간, 십이지, 오운육기와 지장간까지 역사적 인식의 순서를 따라 좇아보며 십이경락이 어떻게 인식되었을지 추론해 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의학에서 장부에 대한 인식이 크게 세 파트로 나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황제내경 이전에, 내경의 기반이 되는 마왕퇴 백서와 고문상서 등에서 발견되는 위치적 배속에 따른 인식입니다. 이 시기에는 아직 내경의 십이경락 장부배속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렇듯 이 당시로부터 유래한 시동병과 소생병은 고문상서적 배속을 따른 인식이 기반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을 참조하여 이해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는 황제내경이 수립되고부터 1000년, 당송대의 오운육기의 전격적 도입 이전의 장부에 대한 인식입니다. 요컨대 삼음삼양과 육기의 배속은 당송대에 확립되었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깔아 두고 이해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는 시대의 장부 관점입니다. 족비십일맥구경과 음양십일맥구경의 워딩인 <거양>이 등장하는 소문 열론편에서 상한론의 육경변증스러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연결하자면 삼음삼양의 육기배속을 통해 이해해 볼 수 있지만, 그와는 정 반대되는 내용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이해할 때 참조할만한 관점이라고 사료되는 지점입니다.

셋째로는 당대 왕빙의 운기칠편 삽입 이후, 오운육기가 융성했던 송대 이후의 장부인식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음삼양과 육기의 배속은 이 시기에 확립된 내용이며, 이들은 내경의 (그들이 느끼기에) 부족한 설명들을 오운육기라는 체계를 활용하여 보충하고자 했습니다. 천간과 지지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충분히 존재했지만, 지장간의 체계 등을 활용하여 각각의 장부를 인식했습니다. 그 이후로 1000년간 이론과 처방들을 쌓아나갔으니, 이 용어들을 모르고서는 후반부 1000년 동안의 한의학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선배님께서는 역사적인 맥락에서의 이해를 기반으로 현재와 배속이 다른 지점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문명이 왔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생각의 서차도 보고 기본적인 부분들도 함께 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컨대 남송대에는 물산이 풍부해지면서 약탈을 당하지도 않고, 석탄이 발견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화력을 발견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이 새로운 형태로 나오고, 기름이 많아지고, 화력이 충분해지니 모든 것을 화식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오행의 배속은 공부를 해 보면 역사적 영향을 상당히 받아 확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덧붙여 오늘 제가 발표한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또 다른 각도에서 20년 전에 정리해 놓은 것이 선배님 티스토리에 아마 있으니,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사천이나 재천은 당시에 어떤 병이 유행할지 등을 궁금해하고 또 예측하기 위한 관점의 것이며, 태과와 불급은 기계적인 부분으로, 24 절기에서 입춘이 1월 1일 전이냐 후냐에 따라서 이전이라면 태과, 후에 온다면 불급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올해는 입춘이 이전에 왔으니 기복이 크고 비가 올 땐 엄청나게 오는,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지장간에 대해서 하나 더 설명하자면, 오행으로 육기를 설명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좀 더 확장하면 장기에 그런 성질이 있다고 본 것이고, 묘가 대장에 속한다 하면 묘의 지장간이 갑을이니, 갑을이 거기에 있다고 본 것이지요. 갑이 깨졌냐, 을이 깨졌냐를 보고 보정을 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 이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체계는 환자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채영 누나는 사암침법을 계속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혈위를 하나씩만 분석하려다, 현재에는 두 개씩 붙여서, 예컨대 대돈 소충, 태연 태백 등의 짝들을 모아서 주치를 모으면 보이는 것이 있을 것 같아 엑셀로 정리 중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도 발표를 열심히 하느라 시간이 늦어버려서 요즈음 단골이 되어버린 백정돈으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선배님께서 중간에 나가셔서 백정돈에 전화도 해 놓았다고 하셨더라고요. 사진은 채영누나가 사 온 술인데요. 오늘 이 술을 마시진 않았고, 선배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글렌그란트를 가지고 고깃집으로 향했답니다.

50도나 되는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인가 많이 취해서 아쉽게도 모든 이야기들이 선명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식사를 하며 선배님께서 말씀해 주신 재미있고 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요컨대 침 치료의 효과와 관련해서, 자율신경이나 호르몬, 관문 조절 이론 등을 지금 공부하고 있는 사암침법 등과 연결하여 공부해 보면 또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일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실 저도 내심 그런 점들에 관심이 있었고, 아무래도 12 경락의 경험적 장부배속 과정에서 2000년 전과 현대에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람의 몸뿐이며

그래서 이런 기전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동병, 소생병 등의 증상들과 결부해서 배속을 이해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굉장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장부생리나, 침구와 본초의 기본적인 이해가 여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창고에 두고 꺼내지 않았던 내용이었지요.

 

저는 시험도 훌쩍 다가왔고 오운육기도 너무 봐서 잠시간은 이번에 공부한 내용을 창고에 넣어두고 가까운 시일에 장부생리나 본초, 침구 공부를 할 때 때때로 꺼내볼 생각입니다. 사실 원하던 만큼 공부를 한 것 같지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제인병원에 왔었습니다. 그런데 나름 발표를 속 시원하게 다 하고 온 것 같아서 참 뿌듯했습니다. 조심스레 말씀드려 보자면 김길우 선배님께서도 좋은 말씀을 감사히도 해 주셔서 더욱 좋았고요. 찜찜하게 공부의 한 단원을 마무리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선배님 덕분에 후련하고 미련 없이 창고에 넣어둘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할 때 지훈이 형의 공부자료를 많이 참조해서 공부했는데, 형이 공부한 내용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공부를 정말 오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고로 형도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공이 쌓여 이런 결론을 낸 것이었는데, 내가 그것을 한순간에 쫓아가려는 시도 자체가 욕심이겠구나 한 생각이 들었지요. 또 확실히 선배가 미리 길을 터 놓았던 덕에, 더 쉽게 할 수 있고, 빠르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터디의 순기능이었겠지요. 객운, 객기, 주운, 주기, 사천, 재천 같은 내용들을 공부할 때에는 정민이의 자료를 또 많이 참고했습니다. 정리가 참 잘 되어 있더라고요. 참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함께 하는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느낀 바가 많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싶네요. 오늘도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안온한 저녁 보내세요! 좋은 인사이트를 나누고, 이 자리에 함께해 준 채영누나와 세황이 형에게 참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좋은 말씀과 식사, 그리고 술을 저희에게 나누어 주시는 길우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며 이만 글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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