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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해주세요♥/삶의모임, 세보

삶의모임 세보, 공부소식(24.02.13).

by 김길우(혁) 2024. 2. 16.

글쓴이; 삶의 모임 세보, 조종혁(경희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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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3일 화요일 여덟번째 공부입니다.

O 참여인원
19학번 : 조종혁
20학번 : 박창현

안녕하세요! 어제는 제인병원에서 김길우 선배님과 스터디가 있었습니다.
저는 동계 봉사에서 본디 목표로 했었던 EMR 제작의 간략한 완성본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동계 봉사에서는 제가 제작한 EMR을 활용하지는 못했는데요,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 번도 예행연습을 하지 않고 개시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 등이 겹쳐서 그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만 이번 스터디에서는 목표를 잡았던 것이 있던 만큼 간략하게라도 완성을 해보자-는 점에 주안을 두었습니다. 물론 그 목표는 처음 세보 봉사용 EMR 제작에 있어 초점을 두었던 "나로부터 배우기", 즉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여러 기능들보다는 당장 동계봉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차트를 만들자는 것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이번에 가져온 EMR도 기능이 매우 부족한 간략한 완성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전자차트를 설계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김길우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소프트메모리'의 역할이 무엇 일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는데요. 이전에 저는 자연어 모델을 통해 환자의 언어를 특정한 키워드로 번역하는 구상을 제시한 적 있습니다. 그때 김길우 선배님의 피드백은, 한의학은 그러한 모델이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었죠. 그 이후로 하드 메모리와 소프트 메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하드 메모리는 제법 이해가 가지만, 소프트 메모리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일전에 자연어 모델을 도입하여했던 것은 애초에 한의학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찌 되었던 자연어 문장을 일정한 키워드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자는 그것을 코드화라고 할 것이고, 한의학적으로 말하자면 '변증'이 가장 가까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저는 하드 메모리의 측면에서 변증을 도와줄 인덱스와 DB를 준비하되, 직접 변증을 하는 것은 소프트 메모리의 측면에 남겨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길우 선배님께서는 옛 시절 여러 회사들을 차렸던 경험들을 말씀해 주시며 선배님께서는 첨단의 의 기술에 누구보다도 빨리 닿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세간에 "원리주의자"라고 불리게 된 까닭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요컨대 환자가 "머리가 아파요"하고 내원한 상황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쉽게 '두통'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실상 두통으로 나오는 키워드는 만개쯤이나 될 정도로 많다고 하셨습니다. 단순한 증상, 증상과 병의 원인이 합쳐진 변증, 부위가 합쳐진 변증 등 매우 다양하지요. 아무리 제가 하드 메모리로 인덱스를 잘 만들어 놓는다고 할지언정, 환자의 언어를 기호(한자)로 바꿀 수 없다면 (그 많은 데이터들을 사용할 수가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비밀번호를 모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공부를 함께 하며 그런 말들을 같이 쓸 도반을 만들라고 하신 것이고, 원전에는 없는 요즈음의 표현들은 키워드를 어떻게 잡을지, 예컨대 소화불량이라면 식난, 식소, 비만, 조잡, 애기, 탄산 등 다양한 기호들 중 무엇으로 집어넣을지를 얘기해 보라고 하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덧붙여 환자의 언어를 무어라 변증 할지를 갖춰놓지 않으면 아무리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둔다 한들 실제로는 그 효율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정리하자면 한의학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언어를 기호로 번역하는 과정, 흔히 변증이 매우 중요하고, 때문에 EMR이 되었건, AI가 되었던, 결국 프로그램을 통해서 막강한 효율을 누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처음으로 돌아가 원전의 기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창현이는 지난주에 이어서 색에 대하여 공부했습니다. 내경에 나온 예시를 통해 같은 색이더라도 生의 색일 때와 死의 색일 때가 다르며, 生의 색은 윤기 있는 색이라면 死의 색은 탁하고 어두운 색감으로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경락론을 보고 오장의 영향을 받아 색이 변하는 것은 경맥, 한과 열 등으로 인하여 색이 변하는 것은 낙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설문해자와 내경 원문을 통해 경맥과 낙맥의 개념을 고민하여, 낙맥은 본경이 유주하는 경로의 얕은 곳을 지나 영양을 공급하고, 표리가 되는 경맥에 들어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김길우 선배님께서는 진단적 근거에서 망문문절 중 망을 최고로 침에도 불구하고 '망'에 대해서만 모아둔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컨대 '명당이 흑색인데 얼굴 전체가 붉다. 그러면 어떤 처방을 쓴다.'와 같이 정리가 되어야 쓰임이 있을 터인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또 망문문-까지만 가도 명료하지만, 거기서도 헷갈리면 절을 쓰게 되는데, 만약 절이 매우 중요했다면 맥주삭 할 때 계지탕을 써라, 마황탕을 써라-하고 끝맺음을 냈어야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와 함께 저희에게 몇 가지 책을 보여주셨는데요. 그중에서도 <세보선방>은 그래서 어떤 식으로 키워드를 분류를 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던 첫 번째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책에는 가나다순으로 키워드가 있고, 또 그 키워드의 하위 키워드, 달리 말하자면 subdirectory에 따른 처방들이 정리되어 있었는데요. 단순히 정리를 해 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하게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서 subdirectory를 편성하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요통이라고 한다면 그다음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지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를 해 두면,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사용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후에 보게 된다면 '여기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각을 해 보았어야 했나?' 하는 점들을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해서 그런 공부를 더 해보려고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스터디가 끝난 뒤에는 근처 칼국수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스터디가 8시 즈음에 끝나서, 선배님께서 드시고 싶어 하셨던 가게에 가서 좋았습니다. 먼저 제인병원 1층에 내려가 선배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손영주 교수님께서도 함께 나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손영주 교수님께서도 함께 저희 식사 자리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칼국수집의 플레이리스트가 교수님께서 좋아하시는 노래들 투성이라고 좋아하셔서 저희도 내심 기뻤습니다!

어제는 동계봉사가 끝나고 처음으로 가는 스터디였습니다. 오래간만에 동계봉사 준비가 주안점이 되지 않은 공부를 해서 어떤 공부를 해갈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아무래도 찝찝하게 마무리 짓지 못했던 EMR을 해 가야지 하면서도 다음 주부터는 사암침법을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던 와중이었지요. 그러던 중, 어제 스터디에서 김길우 선배님께서 해 주신 여러 말씀들을 듣다 보니, 좀 더 열성적으로 코딩을 공부하고, 그로 하여금 어떻게 우리의 한의학의 데이터들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의학 공부도 놓치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지요.

참 세상에 공부할 것들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이따금 괜히 투덜대기도 하면서도 저희 같은 지식 노동자들에게는 한없이 좋은 세상일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도 저희에게 좋은 말씀 나눠주신 김길우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세보인 여러분 모두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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