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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모아 남주자!/사람을 살리는 신의 선물

비워서 도가 튼 꽈리(11.05.14 방송분).

by 김길우(혁) 2020. 5. 14.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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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14 라디오 동의보감 방송분)

건강하십니까? 중원대학교 국제 생명공학 연구소장 김길우입니다.

모양도 이쁘고 색도 이쁜 꽈리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꽈리는 북한의 높은 산악지대를 제외하고는 전국 방방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아마 고운 주홍색 비단 치마 속의 빨강색의 열매하면... 다 기억이 나실 겁니다. 특히 가을을 상징하는 꽃꽂이에는 어김없이 주홍색 주머니 속에 열매가 들어있는 꽈리가 등장합니다. 예전에는 빨갛게 익은 꽈리의 씨를 빼고 입속에서 입술과 혀를 이용하여 공기를 채웠다가 빼면서 빠드득 빠드득 소리를 내는 그런 놀이가 있었습니다. 생각나십니까? 특히 동네 예쁜 누나들이 기가 막히게 잘 했는데, 그 때는 그 누나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 꽈리를 달라고 떼를 쓰고, 그렇게 어렵게 얻은 꽈리로 아무리 애를 써도 소리가 나지 않아 심통에 심통을 부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 후에 고무로 된 꽈리가 있었으나 소리를 못 내기는 마찬가지 이었습니다. 그 마술 같은 소리는 어떻게 났던 것일까요? 지금도 그 불가사의는 알 수가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꼭 배워 보고 싶습니다.

난... 젊은 꽈리요~!

오늘은 아이들의 열을 내린다는 꽈리 이야기입니다.

꽈리 가져오거라~!

동의보감에서는, ‘꽈리는 산장(酸漿)이라고 하는데, 성질은 평(平)하고 차며, 맛은 시고 독은 없다. 열이 나고 답답하면서 그득한 데 주로 쓴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난산(難産)과 목구멍이 막히고 부어 아픈 병인 후비(喉痺)를 치료한다.’ 고, 꽈리의 효능을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열병을 다스리는 좋은 약이라는 것이죠.

나 찾아봐라~! 요기 꽈리가 숨었네...!

계속해서 보감에서는, ‘산장(酸漿)은 곳곳에 있다. 열매 속에 주머니 같은 방이 있고, 그 속에 장미과 식물인 이스라지 크기의 종자가 들어있다. 이 종자가 황적색인데, 좁살죽 윗물의 신맛과 비슷해서 산장(酸漿)이라고 부른다. 뿌리는 미나리와 유사하고 흰색인데, 쓴맛이 아주 강해서 황달(黃疸)을 치료한다.’ 라고 꽈리의 이름이 산장이 된 이유와 형태에 대하여 기재해 놓고 있습니다.

꽈리... 내 잎은 이렇게 생겼소!

특히 동의보감 소아병 단방약 부분에서는, ‘꽈리는 어린 아이가 먹으면 열(熱)을 내리고 건강에도 좋다.’ 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아마 옛 어른들께서 아이들에게 이런 꽈리로 놀이감을 만들어주신 심오한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몸에 좋다면 죽어라 안 하지만, 재미있다면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그 속성을 이용한 것은 아닐까요? 어른들의 속내를 생각하니 빙그레 웃음이 돕니다. 

구멍을 뚫어 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꽈리   

심수향 시인의 ‘꽈리를 불며’ 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꽈리 한 알, 가을 햇살에 입술 대여

봉긋 꼬투리 찢어지면, 거기 조그만

태양 하나 빨갛게 불타고 있다.


잠시도 머물다 가는 시간 없어 세상의 발들은 바쁘지만

면벽한 꽈리는 홀로, 단단하게, 깊이 익어가고 있다.

스무 해 정도 가부좌를 튼 首座 같기도 하고

槪論書의 마지막 장을 쓰는 철학자 같기도 한

오만한 그 순수가 참 미쁘다.

속내를 알고 싶어 자주 만지작거리면

자신을 투명하게 내 보이는 꽈리, 얼마나 익었는가

붉은 속살 깊숙이 가시 찔러 보면

살아 있는 씨앗들이 함성처럼 흩어진다.

비워지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巡禮의 길이여

내장까지 깨끗하게 다 비워내고 나면

붉은 꽈리의 色과 空은 한 겹 껍질로 경계 짓느니

텅 빈 꽈리 속으로 입 바람 불어 넣고

뽀드득 뽀드득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

누구도 비우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空으로부터 온 소리여

나도 그 한 소리 얻기 위해, 오늘

내 안의 모든 色들을 터트려 버린다.


다음시간에는 장수와 요절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쓴이: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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