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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서 남주자

스님은 사춘기(12.09.25)

by 김길우(혁) 2020. 9. 25.

스님은 사춘기

 

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김길우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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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스님같은...꼭 스님같은...

 

본문 중에서...

 

기도를 하다 어려운 고비가 생기는 것을 불교에서는 마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마장은 결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무너지는 건 내 마음이다. 세상을 속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속이고 세상과 타협하기 전에 자신과 먼저 타협하는 것이다

 

보살행은 자비심으로부터 나온다. 자비심은 선심 쓰듯 베푸는 시혜심(施惠心)이 아니라 너와 나를 둘로 보지 않는 평등심(平等心)이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나를 돕듯 당연히 돕는 것이다 

 

종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진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종교도 서로 만날 수 있고 하나가 될 수 있다. 내 것만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남의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진리가 나에게만 있고 너에게는 없고, 이 종교 믿으면 있고 저 종교 믿으면 없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건 진리가 아니라 편견일 뿐이다.

 

예수와 석가 십자가 지고 골고다 언덕 오르고

달마와 베드로 소림굴에서 선정에 드네

불교네 기독교네 너네 나네 진달래 철쭉일세

산은 높아 구름에 닿고 물은 흘러 바다에 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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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이라 요강을 비워드리고 밥상을 차려드리면서 시봉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여쭤 보려고 갑자기 문을 톡톡 두드리고 들어갔다. 스님이 허겁지겁 뭘 감추는데 보니까 방 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담배를 한 대 피우신 것 같았다.

"스님, 그게 뭡니까?"

"아이고, 내가 말이다 횟배가 있어서 가끔 담배를 한 대씩 피운다."

옛날 어른들은 회충 때문에 배가 아플 때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근데 왜 감춥니까?"

감출 수도 있다. 차라리 '이놈아, 왜 갑자기 들어와?" 했으면 어떤가. 그렇게 툭툭 터져 나오는 대답들이 그 사람이 얼마나 비워져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머뭇머뭇하는 스님께 내가 말했다.

"스님, 설령 스님이 여기서 여자하고 둘이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걸 봤다 하더라도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근데 왜 감춥니까? 감출 일을 왜 합니까? 스님이 그동안 저에게 말씀해 주신 법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감출 일을 하는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고는 보따리를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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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행법이 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길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던 간절함과 정성으로 몰입해 보라.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면 관세음보살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아야 되고 화두 참선을 하는 사람은 나는 뭘까?’하는 생각이 끊어지질 않아야 한다. 경전을 보거나 절을 하거나 주력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흥얼흥얼 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천 번 만 번 불러 봐야 아무 영험이 없다. 마음을 모으지 않고 기도를 하기 때문에 망상이 올라오고 그러다 보면 기도가 지루하고 힘들어진다. 한 번을 부르더라도 정성을 다해서 불러야 한다.

...

정성을 다해 수행하면 꼭 그 결과가 나타난다. 한 생각 한 생각 속에 지극한 정성이 깃들어 있을 때 그 정성스러움으로 기도가 이루어지고 수행에도 진전이 있다.

 

기도나 수행을 하다 보면 하기 싫고 꾀가 날 때가 있다. 그렇게 몸뚱이 하나 꼼짝하기 싫을 때 그 마음을 누르고 기도를 하면 기도에 힘이 생긴다. 어렵고 힘들다고 한 번 물러서면 두 번 물러서게 되는 것이고 오늘 할 일을 못하면 내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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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을 해서 극락을 보낸다? 극락 가면 뭐하는데?

때가 되면 나도 한 줌 재가 될 텐데 그렇다면 뭘 위해 살아야 되는 건가? 대체 왜 사는 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출가를 결심했을 때만 하더라도 깨달음의 세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나는 동생의 죽음과 함께 그런 환상을 모두 버렸다. '도대체 나는 뭔가? 무엇이 나고 죽는 것인가?' 하는 의심 하나만 딱 남았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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