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병원 병원장 김길우, R3 김지영(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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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벌써 횡성휴게소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이 휴게소에서 사온 커피를 권한다. ‘실례가 안된다면 커피 한잔 드려도 될까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우연히 나누는 대화는 부담이 없어 ‘감사합니다’ 하고 응대했다.

카다피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그 분은 모대학 영미문학과 교수로 미시간 대학에서 오는 교수님을 접견하러 가는 길이란다. 나의 신상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물어보았는데, 정신줄 놓고 늘어지게 잔 것이 민망해서 밝히기 싫었으나 끈질김 앞에 결국 실버타운에 침 놓아주러 가는 길이라고 실토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하면 좋은 추억으로 끝나는 것인데 너무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어서 이얘기, 저얘기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이었다. 대화의 주제가 무슨 박사학위 논문이라는 베르그송과 노자철학의 관계까지 미치자 슬슬 머릿속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이무송 노래도 모르는데 무슨 베르그송 그 양반까지 알아야 하나..’ 동해 가는 길에만 볼 수 있는 곧게 뻗은 금강송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야 하는데 이쯤하면 조금 실례가 되는 것 같다..

(긴 이야기를 함께 듣느라 속이 까맣게 타버린 커피..
진료 도중 요
긴한 간식이 되었다..)
 
그래도 이 분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무슨 혈액형에서부터, 우주의 시공간, 인연까지 끊임없는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그래도 1분 1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참으로 얼마나 다행인가?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것이..하마터면 파우스트 박사로 잠시 빙의하여 ‘시간아 멈추어라’ 외칠 뻔했다. 하지만 정작 내입에서 나온 말은 ‘저 이제 피곤해서 그만 자야겠어요.’ 가 아닌 정신과 특유의 직업정신이 발동한 사람 좋은 미소 + 고개 2-30도 끄덕거려주기 신공을 동반한 ‘아..네..’ 하는 소극적인 맞장구였다.

아~ 빨리 어르신들께 침 놓으러 가고 싶다. 무슨 대~단한 슈바이처 박사 나셨다.. 그죠?? 
그래,, 결국 이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을 때 기사님이 동해의 도착을 알렸다. 나는 비호처럼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실버타운으로 향했다. 이날 따라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으며, 침 놓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제인한방병원 병원장 김길우, R3 김지영(02, 34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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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당선생 김길우(혁) 2017.07.15 19:28